1·2인 가구 증가에도 역행…중대형 아파트 '역주행 인기' 계속
공급 감소·희소성 부각…청약시장서는 연이은 '완판 행진'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며 소형 주택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일반적 전망과 달리, 실제 주택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오히려 ‘귀한 몸’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평균 5.50%였다. 그러나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6.52%로 가장 높았다. 소형(전용 60㎡ 이하)은 4.44%, 중소형(60~85㎡)은 5.29% 상승에 그쳐, 평형이 클수록 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평형 선호 확산을 ‘똘똘한 한 채’ 트렌드와 삶의 방식 변화가 결합한 결과로 분석한다. 정부 규제로 다주택 보유 부담이 커지자 입지·브랜드·상품성이 높은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더 넓은 집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 확산과 홈캉스·홈시네마 등 주거공간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며 “집은 클수록 쾌적하다”는 인식도 확대됐다. 업무·여가·휴식·운동까지 모든 생활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며 공간의 쾌적성과 활용도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중대형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은 오히려 빠르게 줄어 희소성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11월 20일)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 132만8743가구 중 전용면적 85㎡ 초과는 12만5063가구로 9.4%에 그쳤다.
전용 85㎡ 초과 일반분양 물량도 지난해 2만6090가구에서 올해 1만8511가구로 29% 감소했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대형을 원하는 수요가 특정 지역에 몰리며 가격뿐 아니라 청약에서도 중대형이 ‘흥행 보증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청약시장에서는 중대형 평형이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분양한 ‘동탄포레파크자연앤푸르지오’의 전용 97㎡A 타입은 1순위 청약에서 2만3471명이 몰려69.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이다. 지방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3월 천안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성성호수공원’의 전용 105㎡는 61.26대 1로 단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 규모 축소가 곧 소형 수요 증가를 의미하던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며 “소득 수준 다양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넓고 쾌적한 집을 추구하는 수요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