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고환율에 리스·정비비 급증…항공업계 수익성 악화
원·달러 환율 1470원 시대 순외화부채 전년比 대한항공 45.5%·아시아나 25.9%↑ 2분기比 3분기 정비비 제주항공 76% 진에어 10.8% 상승 3분기 대한항공 제외 항공업계 영업 적자 전환 "유가·운임 동시 개선 없이 회복 어렵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선 가운데, 달러 결제 비중이 큰 항공업계는 연이은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3분기에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가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정비비와 리스료처럼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며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항공사들은 4분기 반전을 위해 노선 확대, 구매기 도입 등을 통해 수요 회복을 노리고 있으나 공급 과잉과 지속적인 환율 상승 탓에 단기간 내 실적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다.
◆ 원·달러 1470원…대한항공 정비비 전년 比 7% 상승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2.9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8일의 1479.00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다. 8월에 이미 1400원대를 넘긴 뒤 석 달째 안정화 조짐이 보이지 않아 1400원대가 사실상 ‘뉴노멀’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동성은 항공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안겼다. 항공사는 영업비용 중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화로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원화 약세가 즉각적인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의 3분기 순외화부채는 원·달러 환율 1400원으로 적용했을때 약 6조2400억원(48억달러)로 전년 동기 33억달러 대비 15억달러(약 45.5%)가 증가했다. 환율 10원 변동시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약 4조5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6447억원 대비 25.9% 상승했다. LCC 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순외화부채는 해외 차입금·리스부채·외화매입채무 등 외화표시 부채 총액에서 외화자산을 차감한 값이다. 환율이 증가하면 부채는 더 늘어나는 구조다.
고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3분기 공시한 재무제표를 살표보면 연료비보다 정비비의 상승 폭이 더 커 실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3분기 영업비용 3조6000억원 중 연료비가 1조156억원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연료비는 전년 대비 1504억원(13%) 감소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이 연료비를 2% 끌어올려 감소폭을 제한했다.
같은 기간 정비비는 영업비용의 약 4%에 해당하는 1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3분기 영업비용 1조6400억원 중 연료비는 4436억원(27.1%)으로 전년 대비 21.5% 줄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연료비가 약 2% 상승해 절감 효과가 일부 상쇄됐다. 정비비는 외부 위탁 비중이 커 3분기 기준 1952억원으로 영업비용의 12.2%를 차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증가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제주항공은 3분기 정비비가 562억9930만원으로 2분기 319억9016만원에서 약 76% 상승했다. 진에어의 정비비는 2분기 436억8640만원에서 3분기 484억2159만원으로 47억3519만원으로 약 10.8% 증가했다.
여기에 대부분 기재를 구매하기 보다 임차하는 형식인 리스로 운영하는 LCC는 리스료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말 리스자산에 대한 3분기 사용권자산이 약 5612억원으로 전년 말 약 4342억원보다 29.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동 리스부채는 1548억으로 전년말 1207억보다 28.2% 늘었고, 비유동 리스부채도 4675억원, 전년 3990억원에서 17.2% 증가해 총 리스부채는 6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9.7% 상승했다.
사용권자산 증가는 신규 항공기 도입이나 리스 조건 변경을 의미하며, 단기 상환 부담 확대 여부는 유동 리스부채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같은 티웨이항공 사용권자산 증가와 리스부채 증가는 올해 신규 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한 항공기 도입과 인력 확대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보인다.
◆ 3분기 아시아나 영업손실 1757억원
지난 3분기 국내 항공사 6곳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은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단거리 노선에서 공급 증가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로 항공운임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실적 수익성 저하로 직결됐다. 더욱이 고환율에 따른 전반적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3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매출도 4조85억원으로 6%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저비용항공사(LCC) 3분기 실적 부진은 더 심각하다.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매출 3883억원, 영업손실 5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65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은 연결 기준 매출액이 4498억원, 영업손실이 95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년 새 1492% 증가했다. 진에어도 영업손실이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각 항공사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 수립 중인 내년 사업 계획 가운데 환율 대응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환율·금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화 고정금리 차입을 확대하고, 엔화·유로화 등 저금리 통화는 고정금리로 전환해 자연 헤지를 강화한다. 아울러 연료비는 연간 소모량의 최대 50%까지 헤지하고(주로 제로 코스트 콜라 사용), 환율과 금리 노출은 통화·이자율 스와프로 관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신형 여객기 확보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임차보다 구매 비중을 늘려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3년 B737-8을 처음 도입한 뒤 올해까지 총 6대의 추가 도입을 완료했다.
티웨이항공은 LCC업계에서 유일하게 유럽과 미주 노선을 취항하며 중장거리 노선 확대전략을 펼치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신규 수요 개척 및 제주~타이베이 노선 등 해외발 승객 유치 통해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수익성 제고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실적 회복 관건은 유가 하락·항공운임 정상화”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유가 하락과 항공운임 정상화가 동시 실현돼야 수익 구조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혁 LS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운임 하향세는 괌·프랑크푸르트 등 일부 노선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여객 영업환경의 부진이 이어져 운임 약세가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 4분기 추석 연휴에 따른 수요 이연 효과로 여객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연료비·외화표시 리스료 등 비용 부담이 커져 기대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면 "내년 실적 회복의 관건은 유가 하락과 항공운임의 정상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