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3세' 경영 전면 배치…글로벌 전환 가속
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 경영 본격화 글로벌 신성장동력 부상…경영 시험대 올라
식품업계 오너 3세(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 경영이 본격화하며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글로벌 사업부 성과가 중요해지면서 이들도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 3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상무)는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전병우 신임 전무는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전 전무는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사업 확장을 총괄한 실적을 인정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했으며 코첼라 등 불닭브랜드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SPC그룹도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허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총괄해 왔다.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 11개국 59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주도한 만큼, 미래 SPC의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의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브랜드 도입·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CEO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해 주요 경영 현안과 안전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전무)은 그룹의 신사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라면 중심의 사업 구조를 건강기능식품·스마트팜 등 비(非)라면 영역으로 개편하고 미국·중국·동남아시아 등에서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과 R&D(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경영관리 담당(경영지원팀) 전무는 그룹의 경영지원·글로벌 사업,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 업무와 계열사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오뚜기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부장은 입사 4년 만인 지난 4월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했다. 함 부장은 임원직은 아니지만 브랜드 전략·글로벌 사업 실무를 맡아 장기적으로 오뚜기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를 밟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식품업계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은 식품업계의 생존과 무관치 않다. 본격적인 승계에 나서기 전, 자녀를 글로벌 사업부나 미래성장 등 고성장이 기대되는 사업부의 임원으로 배치해 성과를 내게 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후계자 자리의 안착을 노리는 인사라는 해석이다.
다만 회사 내에서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거나 단계를 밟는 게 아닌, 입사 직후부터 성과와 관계없이 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건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감각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3세 경영인의 등장은 글로벌 시대에 분명 강점이지만, 실제 경영 성과로 입증된 사례는 많지 않다"며 "경영 능력 검증보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혈연 중심 승계 구조의 반복"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