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 ‘배터리 전문가’ 김동명 사장, 'ESS·LFP' 전환으로 LG엔솔 실적 견인

3분기 영업익 AMPC 제외 실질 이익은 2358억 김동명 사장의 해법 "ESS·LFP 포트폴리오 전환" "4분기 북미 수요 약화에 실적 하방 압력 불가피" LG엔솔 향후 전략 "LFP Gen3·각형 LFP 양산 추진"

2025-11-05     최수연 기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지금은 '강자의 시간', 호시우보(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의 자세로 준비합시다" (지난 2월 김동명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배터리 전문가’로 불리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경영 전면에 선 지 2년이 돼간다.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정체, 이른바 캐즘(chasm) 여파로 업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발빠르게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김동명 사장의 전략적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회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4분기 배터리 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전문가들은 ESS·비EV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거나 북미 공급망을 재편해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 및 영업이익. 

◆ 3분기 영업이익이 6013억원 2분기 연속 AMPC 제외 흑자

5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34.1% 증가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은 3655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도 2358억원이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에 지급되는 세액 공제 혜택으로, 배터리 생산량과 투자액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APMC 제외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흑자(14억원)를 기록한 뒤 2분기 연속 보조금 제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APMC 제외 영업이익은 ▲1분기 -316억원 ▲2분기 2525억원 ▲3분기 -177억원 ▲4분기 -6028억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 까지 -830억원의 적자 행렬을 이어가다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는 북미 지역 ESS 수요 확대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조기 양산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부진한 실적으로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 배터리 업계들 틈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찌감치 ESS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ESS 전환과 LFP 조기 양산을 택한 김동명 사장의 신속한 전략 수립이 성과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 ‘배터리 전문가’ 김동명 사장…ESS 전환으로 실적 반전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은 연구원 출신으로 2014년 모바일전지개발센터장으로 발탁된 이후 소형전지·자동차전지 사업을 잇달아 이끌며 생산·상품기획·사업 전반에서 성과를 쌓았다.

이어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 시절 전기자전거 등 경량 전기이동수단 시장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렸고, 2019년 자동차전지사업부장으로 옮긴 뒤 폴란드 공장의 수율 문제를 개선해 2020년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김 사장은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주도하며 주요 고객사 수주를 대폭 늘렸다. 취임 당시 약 110조원이던 수주잔고는 2022년 말 약 385조원으로 증가했고, 생산 공법 혁신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원가와 성능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전무에서 사장으로 5년 만에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초고속 승진은 그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동명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잇따른 수주로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6월중국 자동차 업체 체리 자동차(Chery Automobile)와 연간 8GWh 규모의 46시리즈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이는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의 46시리즈 계약에 이은 성과다.

아울러 작년 7월에는 국내 업체 최초로 프랑스 업체 르노에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고, 같은 해 10월 포드로부터 109GWh 수주를 따내며 제품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업계 실적이 저조하자 김동명 사장은  리스크 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김동명 사장은 비전 공유회를 열고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는 비전과 4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김동명 사장은 Non‑EV(비전기차) 사업을 적극 확대해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저장장치 등 비전기차 분야의 사업 확대를 통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해 이차전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의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전고체·건식전극 공정 등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변화에도 부침이 없는 탄탄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주력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자 비주력 사업 투자롤 눈을 돌린 셈이다. 김동명 사장의 비전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흑자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

김동명 사장은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ESS용 LFP 신규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전면 뒤엎고 지난해 미시간 홀랜드 공장 내 공간을 ESS용 생산라인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김동명 사장의 전략적 리더십이 한 몫 했다"면서 "AI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급증하는 북미 ESS 수요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면서 잇따른 북미 ESS 수주를 가능하게 한 '신의 한 수'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ESS는 재생에너지 보급·전력망 안정화·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며 전기차 둔화를 상쇄할 유력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과 4.8GWh ▲테라젠과 8GWh ▲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주택용 ESS 4GWh 등 북미 지역 대규모 ESS 공급계약을 연달아 수주했다.  또 테슬라와 3년간 총 43억900만 달러(약 6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넥스트스타 에너지와 캐나다에 세운 합작공장의 일부 라인을 자동차용에서 ESS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약 5조원을 투자, 캐나다에 연간 생산 능력이 45기가와트시(GWh)인 공장을 건설했다. 공장 내 자동차 전지 라인을 ESS 전자 라인으로 일부 전환, 연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 전문가 " 공급능력 확대에도 단기 실적 불확실성 존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생산 조정을 통해 급성장하는 북미 ESS 시장에 대한 공급 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북미 수요 약화에 따른 실적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며, 기업들은 북미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 믹스 다변화와 ESS 등 비EV 수요 대응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경희 LS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고가형 BEV(배터리전기차) 수요를 약화시키는 반면, 재생에너지 확산과 AI 인프라 수요로 ESS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단기적 충격을 ESS 전환과 제품 믹스 다변화로 어떻게 흡수할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순수전기차 수요 둔화로 AMPC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이는 3분기 대비 약 44% 수준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미 현지에서 테슬라가 자체 전지 비중을 늘리는 구조적 변화와 GM의 전동화 속도 조절은 공급사들의 고객 포트폴리오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 충격을 줄이려면 ESS 등 비EV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연구원은 " EV 보조금 종료가 바로 실적으로 연결돼 4분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미국의 EV 보조금 폐지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 출하를 30% 이상 감소시키는 반면 ESS는 공장 가동 확대에 힘입어 출하가 급증하지만 초기 비용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EV·ESS 시장에 대한 향후 전략을 공개했다.

ESS 부문에서는 롱 파우치 기반의 고밀도·고집적 신제품(LFP Gen3)과 각형 LFP 제품을 2027년까지개발·양산해 북미 수요에 대응한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버텍 SI 역량을 활용해 전력 수요 예측과 거래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EV 부문은 고성능 하이니켈(NCMA)과 46시리즈 등 고성능 라인을 확대하고, 표준형으로는 고전압 미드니켈(Mid‑Ni)의 급속충전 성능을 확대한다. LFP 파우치·건식전극·각형 LMR 양산(2028년 목표)으로 중저가 시장까지 포괄하는 폼팩터 공급을 목표로 한다. 

운영·기술 측면에서는 북미 합작 공장의 자동차 전지 라인을 ESS로 전환해 자산 효율을 높이고, AI·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 개선을 추진하는 등 비전기차 사업 확대와 차세대 기술 투자를 병행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방침이다.

김동명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축적된 제품·기술 경쟁력과 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객가치 실현과 미래 성장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명 사장은 2028년까지 매출을 2023년 수준(33조7,455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고, IRA 보조 효과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률을 10%대 중반으로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