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우지' 꺼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36년 만에 맛의 철학 잇는다"

"금기처럼 여겼던 '우지'. 우지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정직의 상징, 삼양이 추구해 온 진짜 맛의 철학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진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를 열고 이 같이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60여년 전 출시된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세대 라면을 공개했다. 이날은 우지 파동이 일어난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되는 날이다. 삼양식품은 이에 맞춰 신제품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정통성 계승과 기술 혁신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행사는 삼양식품 창업 역사와 관련이 깊은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진행됐다. 창업주 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계기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김 부회장은 "남대문 시장 앞에서 이런 자릴 갖게된 것이 더 뜻깊다"며 "삼양식품이 K푸드 상징, 글로벌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36년 만에 정직과 진심으로 제자리를 찾는 상징적인 자리"라고 개인적 소회를 밝혔다.

이어 "사필귀정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창업주이신 故전중윤 명예회장이 평생 품고 계셨던 한을 조금은 풀어드리지 않았나 싶어서 가슴이 울컥하고 그분의 정신을 이어갈수있단 점에서 가슴속에서 울림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양라면은 1989년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으로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우지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삼양식품의 이미지는 심한 손상을 입었다.

이날 새롭게 출시된 '삼양1963'은 삼양브랜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미식 라면이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은 맛 등을 한층 높여 차별화된 풍미를 구현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신제품에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골든블렌드 오일은 면의 맛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조리 시 면에서 용출되어 면과 육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삼양식품은 액상스프와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렸다.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여 깊은 맛을 더하고, 무와 대파, 청양고추로 깔끔한 뒷맛과 얼큰함을 강조한 국물을 완성했다.

후레이크는 큼직한 크기의 단배추, 대파, 홍고추로 구성해 풍부한 식감과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동결건조공법에 후첨 방식을 적용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이 오래 유지되도록 했다.

김 부회장은 신제품 출시 배경에 대해서 "제품을 3년 이상 기획하면서 출시 시기에 대해 임직원들이 많은 회의와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며 "삼양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내부 자신감도 커졌고 모든 연구 분야에서 우지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는 에너지가 끓기 시작했다. 그래서 '삼양1963'으로 시작하자고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도 "36년 전 억울한 부분들 알고 있기에 그런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려는게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서 배운 경험들을 미래로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삼양식품의 정직과 신뢰. 가장 가치있는 두가지를 중요시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회사의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삼양식품이 우지 라면을 야심차게 다시 선보이는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우지 라면의 맛을 잊지 못한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도 많았다고 한다. 우지가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해졌다. 우지의 포화지방산 비율이 43% 정도인 데 비해 통상 라면에 쓰는 팜유는 50%에 달해서다.

윤아리 품질안전부문장이 "동물성 유지라고 해서 칼로리가 더 높거나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고 "모두 1g당 9칼로리로 동일하며, 콜레스테롤 함량도 계란 노른자1개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 건강상의 위해함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시장의 가격 저항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채혜영 삼양식품 부문장은 "팜유와 우지의 원료비를 놓고 봤을 때 우지의 원료가 두 배 이상 비싸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면 원가 부담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에서 설계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과거 대비해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수용도, 가격에 대한 배려가 많이 열려있다"며 "잘 만든 라면이라면 (높은) 가격대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새롭게 관계형성이 필요한 20~30대와 과거 삼양라면과 우지를 기억하는 50대를 주 타겟층으로 삼아 우지유탕 영상과 TV광고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 내보내며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