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쓱닷컴' 韓 아마존 목표로 순항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신세계그룹이 바야흐로 온라인 신화 만들기에 본격 나섰다. 국내 온라인 100조원 시대의 선두주자면서 '한국의 아마존'이 된다는 목표아래 14일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합병을 발표했다.
이에따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 플랫폼 '쓱닷컴'이 오는 3월 이커머스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로써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일것으로 보인다. 쓱닷컴은 출범 이후 그룹 내에서 ㈜이마트와 ㈜신세계가 직접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합작사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신세계그룹은 외부 투자 1조원 유치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이커머스 통합 법인 '쓱닷컴(가칭)'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각각의 온라인 사업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로 분할했다.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온라인 사업부는 오는 3월 합병작업을 통해 통합 법인 쓱닷컴으로 출범한다.
1조원 외부 투자자 지분 30%를 제외한 쓱닷컴의 나머지 지분 70%는 ㈜이마트와 ㈜신세계에 차등배정 예정이며, 현재 ㈜이마트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쓱닷컴의 출범은 신세계그룹의 미래 성장엔진 마련 차원으로 주목받는다. 신세계그룹 측은 "신설법인 쓱닷컴을 설립하고, 모두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 신세계 온라인몰 투자 구조는 '어피너티·BRV'
신세계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블루런벤처스와 온라인 쇼핑몰(이하 쓱닷컴)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이들 FI의 투자 조건도 관심사다. 쓱닷컴의 기업공개(IPO)와 함께 일정 수준의 수익률 보장을 신세계측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IB업계에 따르면 FI들은 쓱닷컴에 1조원을 투자하고 보통주 지분 30%를 확보할 예정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가 각각 5000억원을 투입, 15%의 지분을 나눠갖는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위해 현재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합병시킬 계획이다. FI들이 지분을 가져갈 쓱닷컴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합병 신설법인인 셈이다.
FI의 엑시트(투자회수) 구조는 기본적으로 IPO다. 다만 IPO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약속했던 시기에 IPO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한 추가 약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쓱닷컴 투자에 대한 수익률 약정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1번가 자본확충 거래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11번가 역시 쓱닷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인데다 모회사가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거래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H&Q AP와 이니어스PE를 통해 자회사인 11번가에 5000억원의 외부 자본을 유치한 SK텔레콤은 FI들의 엑시트가 여의치 않을 경우 IRR(내부수익률) 3.5% 수준의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주기로 약정을 맺은 바 있다.
FI들은 쓱닷컴 투자를 위해 인수금융을 활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의사결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안정적인 EBITDA(상각전이익) 창출이 아직은 어려운 비즈니스인 만큼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 이마트, 부채비율 2400%↑... 온라인 사업부 분리
지난 12월 27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물적 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인 이마트몰을 설립했다.
분할신설법인인 이마트몰의 자본은 약 127억, 부채는 약 3131억원이다. 현재 이마트몰의 부채비율은 2464.5%에 달한다. 코스피 상장법인의 작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이 106%로 100%를 살짝 넘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2000%가 넘는 코스피 상장회사가 2개다. 심지어 코스닥 회사 중 부채비율이 2000%는커녕 1000%를 넘는 회사도 없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타나기 어려운 비율이다.
비정상적인 부채비율이 나타난 이유는 온라인 사업부와 관련된 자산 부채를 떼어내며 장기차입금 1998억 원을 회사가 가지고 나온 부분이 크다. 또 계약에 따라 지분 비율이 결정되기에 자본금이 중요하지, 자본 총액이 중요한 상황은 아니다. 이마트몰의 자본은 자본금 100억원, 주식발행초과금 약 27억원으로 구성되고 있다.
만약 현재의 재무제표란 가정아래 사모펀드가 최초로 납입하는 7000억원이 모두 자본으로 분류된다면 부채비율은 2464%에서 43.9%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최근 2년간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21% 하락했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매출액 비율도 근 2년 간 12% 하락했다. 2018년 9월말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율은 3.1%로 2013년말 5.6%에서 44.64% 하락했다. 매출액은 늘고 있지만 관련 비율은 약화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미래 전망도 같은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 양지혜 연구원은 향후 5년간 매출은 상승 추세, 영업이익률은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과 관련한 비율의 약화 추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보니 분할합병이란 자구책을 통해 온라인영업에 시너지를 넣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최우정 온라인 신설대표, 제2의 구학서?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 최우정 신세계 온라인신설법인 대표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대표는 ‘젊은 피’인데다 온라인 유통사업에서의 경력을 두루 갖춘 만큼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짊어진 새강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최 대표는 '제2의 구학서'로 불리며 신세계 그룹이 '한국의 아마존'을 일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학서 고문은 2014년 말 회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10년이 넘게 신세계그룹을 키웠다. 구 고문은 이명희 회장을 도와 신세계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데 기여했고 정용진 부회장이 후계자로 성장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최우정 대표 역시 앞으로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시대를 이끄는데 구학서 고문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우정 대표는 다양한 온라인 사업 경력을 갖고 신세계에 영입된 인물이다. SBS PD 출신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 온켓 대표, 다음 뉴커머스부문장 등을 거쳐 디앤샵의 전신인 다음커머스 사장을 맡았다.
특히 최 대표는 당시 만 37세의 나이로 디앤샵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디앤샵이 GS홈쇼핑에 인수되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디앤샵의 실적이 나빠지자 2009년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할 정도로 이커머스사업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이다.
2010년 이마트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 신세계그룹에 발을 들인 뒤에는 계속 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맡아왔다. ‘쓱(SSG)닷컴’ 활성화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최 대표 앞에는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있다. 당초 신세계가 온라인신설법인 핵심 거점 기지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 좌초를 딛고 빠르게 새로운 거점 기지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