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도 네넴띤?... 팔도는 그걸 또 만들었습니다

2019-02-19     홍미경
'괄도 네넴띤 JMT'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19일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팔도 비빔면'을 '괄도 네넴띤'으로 바꿔 적었기 때문이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팔도’ 대신 ‘괄도’를, ‘비빔면’ 대신 ‘네넴띤’을 쓴 것이다. JMT는 매우 맛있다(존맛탱, 존맛 = 정말 맛있다)라는 뜻의 신세대 용어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바꿔 적은 글을 ‘야민정음’이라고 부른다. 야민정음은 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단어다. 예를 들어 ‘멍멍이’를 ‘댕댕이’로, ‘명작’은 ‘띵작’으로, ‘커엽다’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야구갤러리의 ‘야’에 ‘훈민정음’을 합친 말인데,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이렇게 글자를 바꿔 적는 행위가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이용됨에 따라 신세대 층을 겨냥한 야민정음 제품까지 등장했다.

종합식품기업 팔도가 ‘팔도 비빔면’ 한정판 ‘괄도 네넴띤’을 출시했다.

괄도 네넴띤은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하는 신제품으로 19일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기존의 팔도 비빔면보다 약 5배 맵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괄도 네넴띤이란 명칭은 팔도 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괄도 네넴띤’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야민정음을 적용한 결과다.

팔도는 왜 스테디셀러인 팔도 비빔면을 놔두고 괄도 네넴띤이라는 생소한 제품을 선보였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팔도 관계자는 "만우절 비빔밥에 이은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SNS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를 통해 인기를 모으면서 정식으로 출시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기존 팔도 비빔면과 다른 점은 뭘까.

위 관계자는 "한정 괄도 네넴띤’은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다. 기존 제품보다 5배 매운 게 특징"이라며 "판매 역시 온라인에서만 판매된다. 신세대 층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정판으로 판매되지만 판매 추이를 봐서 추가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괄도 네넴띰외에 야민정음 이용자들은 단어에 구애받지 않고 모양만 비슷하면 다양하게 바꿔 적는다. ‘대전광역시’는 ‘머전팡역시’가 되고 ‘21세기’는 ‘리세기’가 된다. 사람 이름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ㄹ혜 전 머통령’으로, ‘유재석’은 ‘윾재석’이 된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비슷하다는 이유로 글자 모양만 변형시켰다는 점에서 한글 파괴에 일조한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단어를 자기들 맘대로 바꿔서 쓰는 게 창조냐. 한글을 파괴하지 말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네티즌 특유의 서브컬처 놀이문화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제2의 괄도 네넴띤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