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과자의 부활, 덕후들의 가슴은 뛴다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모든 것에는 트렌드가 있다. 그중 과자 등 간식은 그 흐름을 가장 크게 타는 제품군에 속한다.
한때 큰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세월속으로 사라진 간식들 중에서 다시 출시된 제품들이 식품업계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 속 간식들은 향수 마케팅에 힘입어 기존 제품을 앞서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오리온은 3년 전 생산을 중단했던 과자 ‘치킨팝’을 재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팬들의 뜨거운 요청이 죽은 과자를 되살린 셈이다.
치킨팝은 팝콘 크기의 매콤달콤한 닭강정 맛 과자로 월평균 매출 10억원의 인기 상품이었다. 그러나 2016년 오리온 이천 공장 화재로 생산 라인이 소실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고객센터 등에 200여 건이 넘는 소비자들의 출시 문의가 이어졌고 결국 오리온은 재출시를 결정했다.
오리온에 따르면 치킨팝의 재출시 소식을 알린 온라인 게시글의 조회 수가 20만 건이 넘었고, ‘베스트셀러의 귀환’ ‘언제부터 구할 수 있나요’ 등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재출시하는 치킨팝은 이전보다 국산 쌀가루 함량을 높여 바삭한 식감을 업그레이드했으며, 과자 양도 10% 더 늘려 담았다.
오리온은 작년 4월에도 같은 공장 화재로 생산이 중단됐던 ‘태양의 맛 썬’을 다시 내놨고, 이 과자는 재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오리온의 추억의 과자 소환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립 60주년을 맞아 ‘포카칩 구운김맛’을 출시했다. 지난 2003년 ‘포카칩 알싸한 김맛’이 부활한 것이다.
농심은 2011년 국내 판매가 중단된 ‘보글보글 찌개면’을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 출시했다. 기존 찌개면이 개운한 맛을 강조했던 반면, 새로운 부대찌개면은 사골 추출물 함량을 높여 진한 육수 맛을 강조했다.
1999년 출시된 찌개면은 국내에서는 2년 만에 판매가 중단됐으나 일본에는 지속적으로 소량이 수출돼 왔다. 때문에 찌개면을 그리워 한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일본에서 ‘역수입’해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잊혀졌던 과자가 팬들의 요청으로 18년 만에 부활한 사례도 있다.
농심의 ‘비29’는 1981년 탄생한 카레 맛 과자로 한때 빅히트를 쳤지만 1991년 생산이 중단됐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재생산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잇따랐고, 인터넷에는 ‘카레맛 과자 비29의 재생산을 바라는 카페’까지 만들어졌다.
이 카페 회원 수는 1,000명이 넘었다. 농심은 2009년 비29를 리뉴얼해 재출시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2012년 다시 생산이 중단됐다. 과자의 열혈 팬들이 존재했지만 기대만큼 판매량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비29를 다시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추억의 제품’은 기본적인 인지도가 높은 데다 해당 제품에 대한 향수를 지닌 고객들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보다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요즘에는 소비 트렌드가 금세 바뀌기 때문에 ‘향수 마케팅’만으로 지속성을 지니긴 어렵다”며 “단순히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신 트렌드와 입맛에 맞춰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