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트렌드에 외면받는 주스 시장
지난해 매출 1조 안팎 제자리 당 함량 '건강에 해롭다' 인식
제로(저당 제품) 음료 인기에 주스를 음용하는 인구가 줄고 있다. 주스 시장은 1조원 안팎에 머물며 쪼그라들고 있다.
한 때는 탄산음료 보다는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에 찾았던 주스가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 주스 시장은 총 1조2333억원 규모였지만, 지난 2019년에는 969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이후 지난해도 1조1860억원에 그치며 매출이 1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전체 소프트드링크 시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주스, 탄산수, 에너지드링크 등을 포함한 소프트드링크 시장(생수 제외)은 1조9033억원에서 2조1376억원으로, 12.3% 증가했다.
반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도 지난해 1조821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스 시장을 앞질렀다.
이 같은 주스의 몰락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저당에 신경쓰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스는 쉽게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음료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주스의 맛을 내려고 첨가하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시럽 등 때문에 당 함량이 높아져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하루 50g)를 초과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건강이 키웠던 주스 시장은 되려 '건강' 때문에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스 시장은 과거에 비타민이 함유된 건강음료로 포지셔닝 됐지만 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다양한 기능성 음료의 등장, 음료 전문점 확대 등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음료업체들은 무설탕, 유기농, 기능성 등을 강조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맛과 기존 맛의 블렌딩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제로 칼로리 음료 '솔의눈 제로'를 선보였다. 웅진식품은 '자연은 더말린' 브랜드로 과일 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자연은 더말린은 잘 말린 과일을 추출해 저온으로 담아 과일 본연의 맛과 상큼 달콤함을 살린 것은 물론 무설탕 제로 칼로리 과일 음료다.
매일유업은 지난 1984년 출시돼 올해로 41년이 된 음료 브랜드 '피크닉'을 제로로 최근 내놨다. 빙그레도 당류 함량을 최소화한 액상 차 음료 '치커리브루 블랙'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