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섞어도 '위스키'로 분류되는 韓…소비자 혼란·수출 경쟁력↓

업계 "위스키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립 필요"

2025-09-15     구변경 기자
사진=이마트

국내서 주정 80%가 섞여도 '위스키' 라벨을 달 수 있는 주세법이 여전히 시행되면서 위스키 업계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위스키는 1971년 제정된 대통령령 '주세법 시행령'에 근거해 주정을 섞어도 전체 알코올 함량의 80%를 넘지 않으면 위스키로 인정된다. 

주정은 주류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해 혼합용 알코올로 위스키 원액보다 10배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업계는 주정을 섞어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국내 편의점 등에서 오크칩과 주정을 활용한 RTD하이볼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캔 형태로 대량생산해야하는 RTD제품 특성상 생산 단가가 높을 경우 제조사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하이볼이 대표적인데, 하이볼은 보드카나 위스키 등 증류주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칵테일의 일종을 말한다. 국내에선 하이볼에 주로 위스키를 활용한다.

국내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다수 RTD하이볼은 실제 술 대신 주정(酒精)과 오크칩을 넣어 인위적으로 위스키향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무늬만 하이볼'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유지되면서 품질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스키 원액 100%를 사용한 국산 제품의 품질까지 의심받을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위스키의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위스키 원액 100% 제품 역시 소비자의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위스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위스키의 원조 격인 영국(스코틀랜드)은 주정을 단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 2021년부터 위스키에 주정이 혼합될 경우 위스키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K-위스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주정을 혼합한 위스키가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유통될 경우 소비자는 제품 간 품질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며 "위스키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 위스키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위스키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립과 함께 주요 정보를 투명하게 표기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느슨한 위스키 관련 규정과 프리미어 무제품일수록 세금이 올라가는 종가세 제도가 합쳐져 국산 프리미엄 위스키 개발과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