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大戰 뛰어든 CJ, 시장 경쟁력은 글쎄

2019-04-23     차혜린
CJ제일제당 밀키트 쿡킷(COOKIT)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결혼 4년차 맞벌이 부부인 설혜진 씨. 결혼 초에는 주말마다 직접 요리를 했지만 얼마 안 돼 포기했다. 한 번 장을 보고 나면 재료가 남아버리기 일쑤고 식재료 손질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끼 먹고 치우는 데 3~4시간씩 걸렸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남편과 맛집을 찾아다니던 이들은 다시 요리를 다시 시작했다. 손질이 다 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레시피가 동봉된 ‘밀키트(Meal Kit)’를 알게 되면서다. 설혜진 씨는 “셰프가 요리한 것 같은 수준의 음식을 직접 한다는 즐거움도 크다. 또 외식보다 비용은 30~40% 이상 적게 든다”며 “주재료와 부재료, 양념까지 필요한 것들만 포장돼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간편하지만 건강한 집밥을 찾는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밀키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30개 중소기업들뿐만 아니라 GS리테일 ‘심플리쿡(Simply Cook), 동원홈푸드 ‘더반찬’,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 등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급화·전문화된 제품도 등장했다.

현재 한국야쿠르트, GS리테일, 현대백화점이 각각 잇츠온, 심플리쿡, 셰프박스라는 브랜드로 진출 격전 중이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이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23일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인 HMR사업 경쟁력 강화하고,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 창출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쿡킷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향후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매출을 키운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밀키트 센터를 통해 미래 수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최대 식품기업에 꼽히는 만큼 고성장 중인 밀키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변수는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이 경쟁자들을 다소 얕잡아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쿡킷은 ‘전문 셰프의 요리키트’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신선한 식재료와 전문점 수준의 레시피를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셰프 콘셉트는 동원과 한국야쿠르트가 선점중이고, 실용적인 집밥 콘셉트는 GS리테일이 승기를 잡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배송을 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벽배송 역시 이미 전쟁의 포화가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의 경쟁력은 대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의 밀키트 시장 진출 소식은 이미 지난해 전했는데 왜 이토록 늦게 론칭했는지 의문"이라며 "시장이 형성되고 경쟁이 시작되면 그 상승세는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이미 진형이 갖춰진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의 쿡킷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시장은 13조원 규모로, 이중 신선식품(농축수산) 거래액은 3조원에 달한다. 신선식품은 눈으로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며 구매가 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신선한 밀키트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여러 업체들도 차별화된 서비스와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밀키트 시장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400억원대 규모로 예상되고, 향후 5년 내 7,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