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첨가’ 마케팅 그 너머...맛과 건강의 균형 찾기
최근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인공색소, 고과당 시럽, 합성첨가물 등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제거하는 ‘클린 라벨’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리온, 풀무원, 대상 등 주요 기업들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첨가물 저감 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브랜드 신뢰 확보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첨가물 저감이 곧바로 소비자 만족과 제품 품질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라면 시장에서 ‘MSG(글루타민산나트륨)’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 초반, MSG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MSG 무첨가 라면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맛이 밋밋하고 밸런스가 깨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MSG는 감칠맛을 내는 핵심 성분으로 식품의 맛 품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과학적으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분류된 바 있다. 그러나 소비자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아 ‘MSG 제거=건강’ 공식이 확산되면서 업체들은 한동안 ‘맛과 건강’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
이 사례는 첨가물 저감 선언이 단순히 ‘빼기 경쟁’으로 흐르면 소비자에게 오히려 혼란과 불만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무첨가’ 제품의 경우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인공색소 등 첨가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대체 성분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한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인기 스낵류에서 일부 제품이 여전히 인공색소를 포함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헬스워싱’ 논란이 확산됐다.
소비자는 ‘무첨가’라는 문구만을 믿기보다 식품의 성분표를 직접 꼼꼼히 살피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도 식약처를 중심으로 명확한 표시 기준을 마련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엄격히 제재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역시 첨가물 저감은 단순히 기존 성분을 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맛과 품질, 안전성을 유지하는 ‘대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천연 유래 감미료 개발에 수백억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으며, 풀무원 역시 친환경·무첨가 식품의 품질 혁신을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맛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는 혁신 없이는 클린 라벨 선언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MSG 사례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첨가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 기반한 무작정 배제는 오히려 식품 품질과 소비자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과학적 근거에 따른 균형 잡힌 판단과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내 식품업계의 첨가물 저감 선언은 소비자 건강을 향한 긍정적 신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선언이 단지 마케팅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의 엄격한 규제,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 기업의 기술 혁신과 책임 있는 경영이 맞물려야 한다. 그렇게 약속이 결과로 이어질 때 건강한 식품 시장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