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내달 국제입찰 사업자 선정 코앞서 좌초 위기

산업부, 2026년 동해 시추 사업 정부 출자 예산 전액 삭감 석유공사, 해외기업 대상 지분 참여 입찰 20일 마감 예정 정권 교체 여파에 사업 불확실성 커져 "국제 신인도 추락" "전 정권 지우기 희생양 아니냐" 시각...입찰연기 가능성도 5900억 회사채 발행 사업 이어온 석유公 재무부실 심화? 

2025-06-17     손예지 기자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국제 입찰 마감을 앞두고 정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변수를 맞았다.

사업 연속성과 정책 의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동해 시추 탐사 관련 정부 출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이었던 점을 들어, 현 정부가 '전 정권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 인근 심해 지역에 묻힌 천연가스를 개발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발 계획을 발표할 만큼 공을 들인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며 "이는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라고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적지 않았다. 천문학적 비용 대비 채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탐사 분석을 맡은 업체의 전문성과 신뢰성에도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2025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505억원 중 497억원을 삭감하면서 또 한번 진통을 겪었다. 한국석유공사는 결국 5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가까스로 사업을 이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 발표된 첫 탐사 시추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특히 영일만 앞바다에 위치한 7개 유망구조 중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됐었던 대왕고래를 먼저 시추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초기부터 사업의 불투명성을 꾸준히 지적해온 민주당은 1차 시추 결과 발표 이후 해당 프로젝트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해당 사업을 '대왕 사기 시추'라고 표현하며 "최고급 GPU(그래픽처리장치) 3000장을 살 수 있는 예산을 한 번에 쏟아부었다"고 꼬집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사업의 정치적 동력 역시 크게 약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는 2차 시추부터는 해외 투자를 받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자체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심해 개발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과 협력하기 위해 사업 지분의 최대 49%까지 민간 투자 유치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동해 해상광구 지분 참여 입찰'을 진행 중인 석유공사는 오는 20일 입찰을 마감하고, 7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사 측에 따르면 입찰 공고 이후 10개 이상의 해외 석유 기업이 탐사 데이터를 열람하며 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 업체들이 정부의 사업 지속 의지를 먼저 확인하기 위해 입찰 시한 연장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입찰 공고에는 기업 요청 시 석유공사가 기한 연장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아직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 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경제성을 재검토한 뒤 지속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