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안정세라 수출 문제없다더니…석달 만에 국내 가격도 '급등'
계란 가격 8월까지 강세 이어질듯 정부 "AI 여파" vs 산란계 "정부 책임" 공방
계란 한 판(특란 30개 기준) 소매가격이 4년 만에 처음으로 7000원을 넘어섰다. 앞서 정부가 국내 계란의 수출길이 열렸다고 알린 지 석 달 만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계란 산지 가격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계란 산지 가격 강세 원인으로 산란계 고령화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성 기관지염(IB), 가금티푸스 등 질병 발생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특히 지난 3월 충청권에서 고병원성 AI가 집중 발생해 지역 간 물량 불균형이 발생했고 결국은 전국 평균 산지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다음 달부터 8월까지 소비 감소로 산지 특란 10개 가격이 1750∼1850원으로 이달보다는 낮지만, 작년 7월과 비교하면 7.6∼13.8%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계란 산지 가격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계란 산지 가격은 지난 3월만 해도 1년 전과 비슷했으나 4월과 지난달에는 특란 10개 기준으로 1773원과 1838원으로 각각 10.2%, 12.2% 올랐다.
가금류 질병 발생으로 인해 산란계의 생산성이 저하된 것도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꼽은 원인은 '축산법 시행령 개정'이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란계 사육 면적 기준이 50% 확대되면 사육 가능 마릿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란계협회가 가격 인상 원인을 서로 떠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지난 3월 물꼬를 튼 계란 수출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월 미국은 최악의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을 겪은 반면 당시 국내 계란 가격은 안정세여서 첫 수출이 이뤄졌다.
하지만 불과 석 달이 지나 국내 계란값이 오르고 그 이유로 AI 여파가 주효한 것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6월호'에 따르면 6~8월 달걀 산지 가격은 특란 10알 기준 1850∼1950원으로 1년 전보다 12.4∼18.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평균 가격보다 9.9∼15.8% 높은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적어서 최근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상황 인식과 판단엔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