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표 민생, 석유화학 지원으로 증명해야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임기에 들어섰다.
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국정 행보에 시동이 걸렸다. 언론은 총리 인선과 개각 방향에 주목했고, 정치권은 협치 여부와 여야 간 신경전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산업부에서 몸담아온 나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공약대로만 해줘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대선 기간 내내 이재명 대통령은 ‘개혁’보다 ‘민생’을 앞세웠다. 말은 쉬워도, 민생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민생의 첫 단추는 어디서 꿰어야 할까.
바로 석유화학이다. 정치권은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에 익숙하지만, 산업계 현장에서는 의외로 ‘석유화학’을 첫머리에 두는 이들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자리는 줄고, 공장은 멈췄으며,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지금 ‘산업의 뿌리’이자 ‘민생의 출발점’이란 존재감과 달리 조용히 침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수익성 악화로 일부 공장이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기보수’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멈춘 생산설비는 매출도, 고용도 멈춘다는 의미다.
최근엔 ‘공장 셧다운’이라는 말이 이전보다 훨씬 일상적으로 들려오면서 석유화학단지 근처 자영업자들, 장비 납품업체, 하청 근로자들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몇 분기 이상 반복되면, 애초에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진다. 따라서 현 정부가 내세운 ‘민생 우선’ 원칙은 바로 이런 곳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석유화학산업 지원을 공약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고부가 제품 전환 지원 ▲기술 고도화 연구개발(R&D) 투자 ▲환경 규제에 맞춘 설비 전환 비용 일부 보조 등을 언급하며,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민생을 이야기하면서 석유화학을 외면한다면, 그건 선언일 뿐이다. 석유화학은 그 특성상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키기가 어렵다. 설비 투자에 수천억 원이 드는 산업이고, 숙련 인력의 재배치도 쉽지 않다.
단기 유행산업이 아니다. 이 산업이 지탱해야 소비재, 에너지, 생활용품, 정밀화학, 자동차, 배터리 산업까지 영향을 받는다.
절반 가까운 국민의 표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 표를 몰고 다니지 않는, 눈에 띄는 첨단산업도 아니고, 여론에 민감하지도 않은 기초산업 석유화학에서 '민생' 안정을 시작하길 바란다.바로 지금이, 정부가 약속을 증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