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자성체’ 현실로…성균관대, 상온서 작동하는 신개념 2차원 자성체 개발

2025-06-02     홍인식 기자
(왼쪽부터) 교신저자 김태성 교수, 제1저자 이진형 석박통합과정생, 김건형 석사과정생, 석현호 박사후연구원, 최현빈 석사과정생. 제공=성균관대

2차원 자성체가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시대가 열렸다.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김태성 교수 연구팀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2차원 강자성체 개발에 성공하며, 차세대 스핀트로닉스와 양자 기술의 미래를 앞당겼다.

김 교수 연구팀은 본래 자성을 갖지 않는 물질인 벌크 바나듐 셀레나이드(VSe₂)에 인공적으로 자성을 부여해,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신개념 2차원 자성 플랫폼을 구현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차원 자성체 분야의 오랜 난제로 여겨졌던 상온 강자성 구현 문제를 해결한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2차원 자성체는 대부분 단층 재료(monolayer)를 기계적으로 박리해 얻었으며, 자성 발현을 위해 극저온 환경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상용화에 있어 큰 걸림돌이었다. 특히, 2차원 물질은 층간 상호작용이 매우 약해 자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머민-바그너 정리(Mermin-Wagner theorem)’로 인해, 오랜 기간 2차원 상온 강자성(Ferromagnetism)* 특성 구현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 강자성(Ferromagnetism): 외부 자기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화를 유지하는 특성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본래 자성을 가지지 않는 벌크 상태의 바나듐 셀레나이드(VSe2)에 주목했다. 이 물질을 아르곤(Ar)과 황화수소(H2S) 플라즈마로 나노결정화(nano-crystallization) 및 단층화 격리 (monolyaer isolation) 시킴으로써, 강자성 특성을 인공적으로 발현시키는데 성공했다. 단층 VSe2는 전자 구조 특성에 의해 상온 강자성 특성을 나타내지만, 벌크 상태에서는 강자성 특성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나노결정화를 통해 벌크 상태에서 억제된 강자성 특성을 인공적으로 발현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자기력 현미경(MFM) 을 활용하여 나노결정화된 VSe2의 자성 도메인(magnetic domain)을 실시간으로 관측하여 자성을 띤 영역이 자성 도메인에 따라 분명히 구분되고, 그 경계가 나노 크기의 결정립(grain)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여, 결정립 경계가 자성 도메인의 '피닝(pinning, 자성 고정 현상)' 역할을 하며 자성의 분포가 특정 영역에 고정되는 현상도 관측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자현미경(TEM), 에너지 분산 X선 분석(EDS), X선 광전자 분광법(XPS) 등을 통해 나노결정화와 격자 왜곡을 구조적·화학적으로 검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반데르발스 강자성체 연구의 범용성과 집적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차세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및 양자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 교수는 "해당 연구가 향후 다양한 물질군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인공적으로 다강성(mutiferroic)을 조절하고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소재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기존 자성체들이 갖는 복잡한 상호작용 문제나 크기 확장성의 제약 없이, 원하는 위치에 다강성을 정밀하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술적 의의가 있다" 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한국기계연구원, 파크시스템스 R&D 센터와의 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30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