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진로, 글로벌 주류시장서 韓 대표 주류될 것"

필리핀서 '진로의 대중화' 선포 동남아 시장 확장 전략적 교두보 삼겹살 등 韓 음식과 소주 페어링

2025-05-27     구변경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마닐라(필리핀)=구변경 기자] "진로(JINRO)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앞으로 글로벌 주류시장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인 '진로의 대중화'를 선포하며 이같이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간담회에서 필리핀 시장의 현지화 성공 사례를 토대로 향후 동남아 시장 전체로 전략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 시장 확장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2019년 7월 수도 마닐라에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했다.

이날 김 대표는 "2016년에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지난해 진로 대중화를 천명했다"며 "필리핀은 이런 소주 세계화와 진로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김 대표의 언급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 무역 통계 기준의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비교한 결과 진로는 약 6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이어 "하이트진로는 2019년 필리핀 법인 설립 이후 대한민국 소주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며 "이제 해외에서 소주는 한국 음식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편의점·마트·온라인 쇼핑몰과 심지어 독립된 카페와 칵테일바에서 참이슬 진로는 트렌디하고 친근하며 즐거운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 진출 초기 한인 소비층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대했다. 그 결과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서민형 마트인 퓨어골드(430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22개), 편의점 세븐일레븐(4400개)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입점한 상태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국가 중 현지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진로(JINRO)의 주요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된 점, 과일리큐르에서 일반 소주로의 음주 문화 변화, 대부분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을 꼽았다.

현지에서 소주가 대중화 됐다고 보는 지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가정채널(편의점·마트 등)에선 '사리사리'(필리핀의 가장 작은 슈퍼마켓 개념) 제외하곤 다 진입이 됐다. 일반 업소에서 소비하게 만드는게 두번째 목표"라며 "필리핀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100% 음용하고, 필리핀 현지 식당에서 판매가 되면 대중화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진로 소주 인기 비결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한류 열풍이라고 지목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소주 역시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출신 로제가 필리핀계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곡 '아파트(APT.)'가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한국식 술자리 놀이문화와 함께 소주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한류 콘텐츠 기반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과 현지 소비자 입맛을 반영한 제품 포트폴리오, 철저한 유통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은 진로가 단순한 한국의 술 문화에 반짝 인기 아이템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 일상생활에 녹아든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는 진로 대중화 전략에 있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화된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현지인들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주류시장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에 이어 1인당 알코올 소비량 8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고질적인 맥주 중심(필리핀 토종 맥주 '산미구엘' 시장점유율 95%이상)의 소비 구조 속에서도 수입 주류, 프리미엄 제품, RTD(Ready To Drink) 등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 측은 해외 시장에서의 소주 경쟁력도 역설했다.

국 법인장은 "소주 경쟁력은 지지기반이 탄탄하다"며 "'진로=소주'라고 생각한다. 소주 제품을 알리게 되면 진로 제품 동반성장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현지형 콘텐츠 '진로라이브(Jinro Live)'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는 취중 라이브 콘셉트로,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해온 대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했다. 특히 필리핀 MZ 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 문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주류시장이 제품을 생산해서 시장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이제는 제품과 문화, 시간과 공간까지도 제공해야 한다"며 "소비자 접점에서 소비자와 소통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공간을 만들어 줘야 음주문화 속에서 많은 경쟁자들과 경쟁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진로의 대중화'를 글로벌 비전으로 선포한 하이트진로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1분기 착공에 들어간 베트남 소주 공장이 완공(2026년 11월 시운전 목표)되면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