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선방…현대백화점의 ‘3중 실적 방어막’ 주목
소비 위축과 임대료 부담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현대백화점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두며 저력을 입증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백화점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순매출 1조981억원, 영업이익 11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63.3% 증가한 수치로, 증권가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번 실적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는 명품군의 강세, 지누스의 턴어라운드, 면세점 수익 구조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이 꼽힌다.
우선 백화점 본업에서는 쥬얼리와 시계 등 명품 카테고리가 매출을 견인했다. 국내 소비 경기 위축이 뚜렷했지만, 고가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은 여전히 통했다. 여기에 더해 비용 효율화 노력이 병행되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이는 매출보다 더 가파른 영업이익 성장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인 것은 자회사 지누스다. 2024년 1분기에는 -1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누스는, 1년 만에 27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극적인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1회성 반덤핑 관세 환입 효과가 컸지만, 스몰박스 중심의 매출 회복이 근본적인 실적 반등의 기반”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면세점 부문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공항점에서는 고가 럭셔리 제품의 판매 증가가 돋보였고, 시내점에서도 효율화 작업이 효과를 내며 1분기 영업적자는 -1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억 원 개선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우선 면세점 업황은 중국 단체 관광 재개와 럭셔리 소비 회복으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내 면세점 운영 효율화 작업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누스의 실적 개선도 단발성 이익에 그치지 않고, 미국 중심의 수요 회복과 전자상거래 채널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백화점과 면세점, 온라인·글로벌 자회사를 잇는 복합적 수익 구조의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 심리 둔화와 부동산 임대료 상승 등 외부 악재 속에서도 전방위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투자업계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외부 요인에 의존한 반짝 실적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주목할 만한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분기부터 시내면세점 재배치와 백화점 VIP 마케팅 강화, 지누스 북미 B2B 채널 확대 등 후속 성장 전략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경기 한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실적 성장을 일궈낸 현대백화점. 그 이면에는 고객 선별 전략과 선제적 효율화라는 두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