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T에 숙취해소음료 지원…폭음 유발 지적

美 숙취해소 음료 행오버조스, ‘건전한 대학 술자리 문화 만들기’ 프로젝트…시작은 수도권대학 MT 음료 후원

2019-05-09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미국 숙취해소 음료 행오버조스가 수도권대학 MT에 자사의 숙취해소 음료를 후원하고 나섰다.

후원 이유는 대학생들이 지나친 음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줄이고자 ‘건전한 대학 술자리 문화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건전한 술자리 문화 만들기가 숙취해소 음료의 판매 목적과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학생들의 과도한 음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숙취해소 음료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학 MT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9일 미국 숙취해소 음료 회사인 행오버조스는 수도권 대학의 수련회 뒷풀이 술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자사의 숙취해소 음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생들의 음주습관을 올바르게 교육하기 위한 음주문화 교육과 더불어 행오버조스의 성분분석 영상을 시청하고 뒷풀이 음주 시 제품 섭취 등을 통해 음주사고를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후원 프로젝트 첫 문을 두드린 대학은 광운대, 숭실대, 동덕여대, 가천대 등으로 향후 수도권 대학 전반으로 후원을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행오버조스는 MT 당시 음료를 마시고 효과를 느낀 대학생들의 입소문으로 타 대학에서도 후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25가지 성분 중 밀크씨슬, 가시오갈피, 과라나 등 14가지 천연재료로 구성돼 있어 자사 제품이 숙취해소에 탁월하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음주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숙취로 인해 강의에 지각하거나 결석을 예방할 수 있다는 행오버조스의 프로젝트 취지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술 문화 조성’과 ‘숙취해소의 목적성’을 지적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숙취음료를 마시지 않을 만큼 적당량 술을 즐기는 문화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며 “숙취음료회사가 올바른 음주문화 주도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고 자칫 학생들이 숙취음료를 과신해 과음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도 행오버조스의 이번 이벤트가 그 취지보다는 자사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적 꼼수라는 비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숙취음료 시장은 CJ 등 거대 유통공룡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미국의 행오버조스가 이 시장에 합류하며 점유율 확대 기반으로 대학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숙취음료 회사가 건전한 술 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할 수는 있지만 사실 사업 목적 등을 고려하면 그런 표현 자체가 모순인 것은 사실”이라며 “대학가 후원은 저비용으로 잠재적 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