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나봐야 안다"...매물 거둬들인 서울 집주인들, 이유는?

서울 아파트 매물, 최근 세 달 간 6.3% 줄어 서초·송파·용산구 등 지역에서 특히 감소세 ↑ 토허구역 재지정·조기 대선 변수에 관망세 확산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 계속되기도

2025-05-13     손예지 기자
내달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 3구 등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어, 거래 가능한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최근 세 달 사이에 9만0238건에서 8만4575건으로 6.3% 줄어들었다. 이는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으로 매물이 크게 감소한 세종(22.7%)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감소세가 가파른 지역은 서초구였다. 이날 기준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매물은 5630건으로, 세 달 전 7786건에서 27.7% 줄어들었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 6795건에서 4921건으로 27.6% 줄었고, 용산구는 1954건에서 1516건으로 22.5% 감소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역들은 모두 지난 3월 토허구역으로 확대 재지정된 곳이다. 

이처럼 최근 매물량이 감소한 것은 집주인들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기간에 내놨던 매물들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허구역에서는 매수자에게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임대 목적 수요자나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거래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토허제 일시 해제 기간에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매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매물을 다시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도 매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집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이번 토허구역의 지정 기간이 6개월로 짧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파트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6543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3월 9856건으로 반짝 늘었다가, 4월 들어 4200건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특히 토허구역으로 재지정된 지역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는데, 4월 한 달간 강남구는 62건, 서초구 13건, 송파구 80건, 용산구는 18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래 흐름에 대해 당분간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윤곽이 드러난 뒤에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과 정책 방향성 등의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 '내 집 마련'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제한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당분간 주요 정당들의 대선공약 내용들을 분석하며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허제 재지정 이후 매물들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급하게 집을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이 끝난 6월 이후에야 조금씩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한편 전체 거래량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경신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강남구에서는 4월 거래된 아파트 중 59.0%가 종전 최고가와 같거나 이를 넘긴 가격에 팔리며, 신고가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강남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과반을 차지한 것은 2022년 4월(53.7%) 이후 처음이다. 용산구 역시 46.2%가 신고가였으며, 서초구(33.3%)와 송파구(27.9%) 등 지역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아파트 거래량은 전반적으로 줄었으나 시장을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에 나서며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입지 경쟁력이 높은 고가 주거지를 중심으로는 대기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며, 가격 회복 흐름을 견인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고가 단지의 신고가 거래는 주변 시세 형성에 기준 역할을 하는 '앵커링 효과'를 통해 주변 단지 가격 형성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