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이 국제 분쟁으로"...한전·한수원, 1조원대 UAE 원전 추가 공사비 놓고 '충돌'

한수원, 런던중재소에 사건 접수...유보 기간 정하며 협상 시도했으나 불발 한전 "UAE로부터 공사비 확보가 먼저" vs 한수원 "독립법인 간 계약 체결"

2025-05-07     손예지 기자
바라카 원전 3호기.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과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1조원대 규모의 추가 공사비 부담 문제를 놓고 결국 국제 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상대로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추가 공사비 정산을 요구하는 중재 신청을 접수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지난 2009년 해외에서 최초로 수주한 원전이다. 지난해 전체 4기 중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돌입하면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됐고,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추가로 정산해야 한다는 '클레임'을 정식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사는 5월6일을 유보 기간으로 정하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수원은 비록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지만, 양사가 독립된 법인으로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에 관한 정산을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전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 코리아' 차원에서 우선 UAE 측으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확보하는 게 먼저라며 정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정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계상 약 1조4000억원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며, 모기업인 한전이 이를 거부할 경우 배임 이슈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한전 역시 UAE 측에서 추가 정산을 받지 못할 경우, 해당 금액을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 시행자인 한전이 관리하는 바라카 원전의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 한전의 바라카 원전 사업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2024년 말 0.32%로 급감했으며, 누적 손익도 4350억원에서 722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한수원이 요구한 추가 비용까지 반영되면, 전체 프로젝트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양사는 국제 분쟁에 대비해 각기 로펌을 선임한 상태다. 특히 한전은 로펌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예상 자문료에 약 2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