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0.2% 기록...세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
한은 전망치 0.2% 밑돌아…"정치적 불확실성·산불·공사중단 등 영향" 건설투자 3.2%↓·설비투자 2.1%↓·민간소비 0.1%↓·수출 1.1%↓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세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했다. 건설과 설비투자, 민간소비, 수출 모두 부진한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형 산불 피해, 건설 현장 공사 중단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 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한은이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이로써 한국 경제는 세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2분기 -0.2%로 떨아진 후, 3분기와 4분기에는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뒤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다가 결국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 감소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7일 이미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 배경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3월 중 경제 심리 위축,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세부 지표를 보면 국내 소비와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의료 서비스 지출 감소 영향으로 0.1% 줄었고, 정부소비 역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축소로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부진 여파로 3.2% 줄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설비투자의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4.9%)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화학제품, 기계·장비 수출이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은 1.1% 줄었다. 다만 수입 역시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분야별로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건설투자는 -0.4%포인트, 설비투자는 -0.2%포인트로 각각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0%포인트로 사실상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는 0.6%포인트 성장률을 낮추는 데 작용했고, 순수출(수출-수입)만 유일하게 0.3%포인트 오르며 성장률을 떠받쳤다.
산업별로 보면, 전기·가스·수도업은 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 성장에 힘입어 7.9% 증가했고, 농림어업도 어업 호조로 3.2% 늘었다. 반면 제조업은 0.8%, 건설업은 1.5% 각각 감소했고, 서비스업(0%)은 금융·보험·정보통신은 증가했지만 운수·도소매·숙박음식업 부진으로 전체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역시 작년 4분기보다 0.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