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지원, 6월부터 못받나...특별법 시한연장 '지지부진'

5월31일 특별법 만료 앞두고 연장 논의 본격화 매달 1천명씩 피해자 발생해...구제 공백 '빨간불' 국토위, 16일 소위에서 여야 개정안 심사 예정

2025-04-14     손예지 기자
지난달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적용 기한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 연장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여전히 매달 1000명 안팎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피해 구제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16일 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23년 6월 시행됐다. 금융 지원 확대와 경·공매 대행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최우선변제금은 물론 피해 보증금까지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구제 방안도 포함됐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처음부터 2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급증하는 피해자 구제를 서두르는 동시에, 피해 규모나 법 시행 효과를 일정 기간 지켜본 뒤 보완·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대신, '6개월마다 제도를 점검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보완 입법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피해 발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당초 정부와 정치권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규모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 인정 건수는 지난해 8월까지 매달 1000명대 수준을 유지했고, 9월 잠시 764명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10월 다시 1475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898명, 2월 1182명, 3월 873명이 새롭게 피해자로 인정되면서,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누적 피해자 수는 2만8666명에 달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5월까지 피해자가 최대 3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문제는 특별법 유효기간이 오는 5월 31일로 종료되면서, 이후 발생하는 신규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이다. 법이 만료되면 사실상 정부 차원의 구제 절차는 중단되는 만큼, 피해자 보호에 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특별법 기한 연장은 이미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특별법 적용 기한을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9건이 상정된 상태다. 법안별로 연장 기간이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피해 구제 공백을 막기 위한 법률 연장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연장 기간을 가장 길게 제안한 쪽은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4년 더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이 법이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은 유효기간을 2년 6개월 연장하는 안을 냈다. 남은 시행 기간만으로는 모든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 신청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취지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유효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특히 피해자의 75%가 청년층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1년 연장과 함께 피해자 재신청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부도 특별법 연장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특별법 기한 연장에 대해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발생한 조직적·집단적 사기 피해를 일시적으로 구제하려는 현행법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특별법의 유효 기간을 무작정 늘릴 경우 사실상 일반법처럼 운영될 우려가 있다"며 법 연장 기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그럼에도 국토부 역시 현재는 법률 연장 필요성에 동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 종료로 인한 구제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기 대선 등 정치 일정 변수가 겹치면서 국회 논의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역시 특별법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에서 특별법이 종료되면 전국 각지의 피해자지원센터도 동력을 상실하고 문을 닫을 것"이라며 "특별법 기한 연장과 추가 개정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