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총서 고개 숙인 백종원에 필요한 건 '책임'의 무게
"곪을대로 곪은 게 터졌다."
최근 술자리에서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얘기가 나오자 한 취재원이 한 말이다. 그는 "백 대표는 거의 신격화돼 있다. 가맹점주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 카페에 가면 백종원은 거의 교주다"며 "한번 가맹점주가 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고개를 저었다. 더본코리아의 가맹 브랜드를 개점한 후 매출이 떨어지면 본사 차원에서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다는데, 이 과정에서 점주는 결국 누적되는 투자금에 묶여 계약 해지도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가맹계약을 할 때 더본코리아 측이 예상 수익을 과장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관련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백 대표의 '수난시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원산지 표기 및 함량 미달, 농지법 위반 등 각종 구설에 시달린 더본코리아가 최근에는 일명 '술자리 면접'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한 임원이 여성 지원자를 불러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백 대표가 지난달 28일 첫 주주총회에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자구책을 제시했음에도 리스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을 하게 되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외부 자금을 통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도 뒷따른다.
하지만 최근 더본코리아는 '백 대표 리스크'로 되려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브랜드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백 대표 개인의 이미지가 곧 회사 전반의 가치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본코리아가 상장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가맹점주가 있었던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백 대표를 믿고 가맹점을 열었던 점주들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경영자로서 져야할 때다.
백 대표는 지난달 주총에서 '회사가 대처할 과제'로 기존 사업 부문(프랜차이즈·유통·호텔)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성장, 지역개발사업 및 B2B(기업 간 거래) 유통거래, 온라인 유통사업(자사몰)의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백 대표의 공언으로 많은 이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제는 상장사의 '왕관'을 쓰기 전에 그동안 간과했던 책임이 우선순위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