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법 폐지 무산 위기…1만8천가구 부담금 '폭탄' 현실화되나
조기 대선 등으로 추진 동력 약해져...민주당, 폐지 논의에 부정적 입장 고수 재건축조합 불안 확산..."많게는 수억원대 부담금 부과될 수 있어" 걱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의 변수들이 겹치면서, 자칫하면 대규모 부담금을 물게 될 재건축 조합의 부담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재초환 부담금 재산정 및 부과 절차를 앞둔 단지는 전국 51개 단지, 총 1만8000가구에 달한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사회적 형평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과도한 분담금으로 실거주 조합원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 공사비까지 급등하며 재건축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부담금 산정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조합설립인가 단계로 변경하고, 1주택자의 부담금을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재초환법 개정안을 지난해 3월 27일에 시행했다. 하지만 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새 기준을 적용해 부담금을 부과한 단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부과 절차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재초환 관련 개선안은 주요 과제에서 제외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폐지 추진 의지가 사실상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미 발표한 부동산 규제 정상화 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재초환 폐지 등 법 개정과 부과 여부는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재초환법을 만든 주체로, 개정법 시행 후 첫 부과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추가 개정이나 폐지 논의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고 재초환 폐지가 무산될 경우, 당장 준공을 한 50여개 단지들에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반포 현대(현 센트레빌아스테리움)를 시작으로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현 방배센트레빌인더포레), 송파구 문정동 136빌라(현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등 총 3곳이 재건축이 완료돼 부담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이들 단지에는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재초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2주 만에 2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 작성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수도권 등 지역의 집값 상승분을 조합원들이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분담금으로 실거주 주민이 새로운 거주 환경을 접해보지 못하고 매도하거나, 대출 빚을 떠안게 된다"며 반발했다. 이어 그는 "해당 법안은 탁상행정과 대한민국 재건축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지는 악법으로 폐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1기 신도시나 지방 저층 빌라 재건축처럼 개발이익이 큰 사업장일수록 부담금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은 1인당 7억원이 넘는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될 경우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존재와 폐지의 담론' 논문에서 "제초환 제도 시행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이 불리해졌고, 이로써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에도 한계가 발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재초환 제도가 개발이익 환수 수단으로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만큼, 법률 자체를 제고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