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바닥' 퇴직연금 판 바뀐다…정부, '기금형' 도입 속도

노동부, 지난달 '기금형 도입 추진 자문단' 출범 논의 결과 토대로 올해 하반기 법안 발의 예정

2025-04-10     손예지 기자
수년간 논의만 이어졌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올해 들어 본격화되면서, 고질적인 저수익률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년간 논의만 이어졌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가 올해 들어 본격화되면서, 고질적인 저수익률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 관리·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1일 '기금형 도입 추진 자문단'을 출범하고 제도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대부분 근로자 개인이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 입장에서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안주하는 등 안정성 위주의 소극적 운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낮은 수익률의 주 원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적 투자 역량을 갖춘 독립적 기관이 근로자의 퇴직금을 모아 기금 형태로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다. 전문적인 자산 배분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안정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계약형 방식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호주와 미국 등은 이미 기금형 제도가 보편적 방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노동부는 자문단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다. 경제, 경영, 사회복지,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업장 규모별 적합한 기금 형태, 수탁 법인의 형태 및 요건, 기금의 인허가 및 관리 감독 등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

정치권도 기금형 도입에 긍정적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상시 근로자 100인 초과 사업장은 국민연금, 100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역시 여기에 대체로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금형 퇴직연금 입법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운영 중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 성공 사례도 기금형 도입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2년부터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중으로, 계약형 퇴직연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금형 제도 도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수탁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험연구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도덕적 해이 등 대리인문제 발생에 대비해 수탁자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영국과 미국에서 규정하는 수탁자책임 수준에 준하는 충실의무, 주의의무, 자산관리의무, 정보관리 의무 등으로 이를 체계화하고 범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