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예'에 뒤집힌 시장...뉴욕증시·가상자산·국제유가 '동반 급등'

나스닥 일간 상승폭 역대 두 번째…S&P 500지수도 9.5% 올라 애플·테슬라 등 기술주도 두 자릿수 상승률...비트코인 8만달러선 기록 코스피 5% 오르며 2400선 회복...8개월만에 매수 사이드카 발동하기도

2025-04-10     손예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교역국에 90일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수직으로 급등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로 하락세를 이어오던 시장은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되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62.86포인트(7.87%) 급등한 40608.4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474.13포인트(9.52%) 오른 5456.90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57.06포인트(12.16%) 폭등해 17124.97로 거래를 끝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 대해 시장에 안도감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125%까지 인상한다고 밝혔지만, 다른 국가들은 향후 개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인하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글이 미 동부시간 오후 1시 18분 그가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라온 직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역대급 급등세를 보였다. 

S&P 500 지수 일간 추이. 사진=연합뉴스

CNBC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시장자료(2차 세계대전 이후 통계 기준)에 따르면, 이날 S&P500 지수의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 13일(11.58%)과 같은 달 28일(10.79%)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수준이다.

나스닥 지수 상승률은 기술주 거품이 꺼지고 약세장이 이어지던 2001년 1월 3일(14.17%) 이후 가장 높은 두 번째 기록으로 집계됐다. 다우 지수 상승 폭 역시 역사상 여섯 번째로 컸다. 

이날 뉴욕증시 거래량은 약 300억 주에 달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CNBC는 전했다. 

상호관세 발표 후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던 주요 대형 기술주들도 폭등 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15.33% 급등하며 다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테슬라는 무려 22.60%나 올랐다.

인공지능(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18.59% 오르고 메타(14.55%), 아마존(11.98%), 알파벳(9.88%) 등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이날 하루동안 이들 7개 대형 기술주의 시총은 1조8600억 달러(2700조원) 증가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도 상호관세 유예 조치 발표 이후 회복세를 되찾았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5시 44분(서부 오후 2시 44분)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33% 오른 개당 8만3337달러(약 1억2121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8만달러 선을 다시 넘어선 것은 지난 7일 이후 불과 이틀 만이다. 전날 7만4000달러대까지 밀렸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10% 넘게 반등한 셈이다.

같은 시간 기준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3.97% 급등한 1666달러를 기록했고, 엑스알피(리플)은 15.33% 오른 2.07달러에 거래되며 2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5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오던 국제 유가 역시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만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1.82달러에 마감하며 전장 대비 2.72달러(4.6%) 올랐다.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65.48달러로 전장보다 2.66달러(4.23%) 상승했다.

한편 상호관세 유예 조치의 영향으로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흐름도 급변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8.1원 하락한 144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는 오전 9시 2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21.69포인트(5.31%) 급등한 2415.39를 기록했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101.43포인트(4.42%) 오른 2395.13으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9.98포인트(4.66%) 오른 673.37로 강세를 이어갔다.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하기도 했다. 발동 시점의 코스피200선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76% 급등한 322.20을 기록했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블랙먼데이) 반등한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