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도 같이 오를라"...건설업계, 치솟는 환율에 '발 동동'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육박...16년 만에 최고치 달성해 건설용 중간자재 수입물가, 작년 11월부터 매달 6~9% 상승 수입 의존도 3.4%로 낮지만 타 산업 상승에 영향 받아 원가율·건설공사비 지수 등도 오르며 공사비 압박 계속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눈앞에 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수입 자재 를 사용하는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80원대 후반까지 급등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1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상호관세가 정식 발효되고, 미중 간 보복관세 신경전으로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가 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자재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급등에 따른 건설공사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환율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레미콘·철강 등 건설용 중간재 수입 가격은 매달 6~9%씩 꾸준히 올랐다.
건설업은 완제품 수입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원자재에 있어서는 해외 의존도가 적지 않다. 특히 수입 자재의 경우 공급 계약이 반기 또는 연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원가에 환율 인상이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고 그만큼 공사비 인상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역시 국내 건설업의 직접적인 수입 의존도는 3.4%로 제조업(19.2%)이나 전기업(25.4%)에 비해 낮지만, 타 산업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의 2차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산업에서의 비용 증가로 인한 건설업에서의 2차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환율 상승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공사 자재는 수입 철근 및 봉강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에 철근 및 봉강은 총 6조400만원어치 투입이 발생하는데, 이 중 15% 가량(9000만원)에 수입품을 사용한다"며 "다음으로는 수입 석제품(5500만원)과 합판(5300만원)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건설사들은 고환율 외에도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원가율은 93.2%로 나타났다. 원가율이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며, 업계에서는 통상 80%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1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할 때 자재비나 인건비에 8000억원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물가 등을 반영한 건설공사비지수 역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129.72를 기록한 건설공사비지수는 12월 130까지 상승했고, 올해 2월에는 131.0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건설기업과 정부 모두 급격한 환율 상승에 대비해 자재 수급 안정성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보호무역 기조에 의한 수급 불안정 우려도 존재한다"며 "자재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체제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수입에 의존하는 자재 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도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관리를 통해 기업들의 자재조달 비용을 낮추고, 건설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을 발굴하는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들 역시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해 환헤지(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환율을 고정하는 것)를 위한 금융 상품 가입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