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은 어디로"...'역대급' 세수펑크에 나라살림 적자 100조원 돌파

총세입 536조·총세출 530조…추경 활용가능재원은 2천억 가량 관리재정수지 적자 104조8천억원…GDP 대비 적자 비율 4.1%

2025-04-08     손예지 기자
지난해 국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라 살림에 100조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라 살림에 100조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에 달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했던 3%선을 훌쩍 넘었다. 

정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가결산은 우리나라 재정의 세입·세출과 채무 등을 확정하는 절차로,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오는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 총수입은 594조5000억원, 총지출은 638조원으로 각각 당초 예산보다 17조7000억원, 18조6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GDP 대비 1.7%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역시 104조8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예산(91조6000억원)보다 13조2000억원 가량 더 쓴 셈이다. 관리재정수지는 당해 연도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적용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긴 것은 2022년(117조원) 이후 처음이며, GDP 대비 적자 비율 역시 4.1%를 기록했다.

2024 회계연도 중앙정부 재정수지 결산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이에 대해 정부는 법인세 감소와 같은 세수 펑크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봉용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세입이 적게 들어온 만큼 지출을 하지 않으면 수지는 악화하지 않는다"라며 "세입 감소에도 민생과 관련된 사업 지출을 그대로 유지해 재정관리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GDP의 3% 이내로 적자를 관리하겠다는 '건전재정' 재정준칙 도입을 공언해왔지만, 오히려 최근 관리재정수지는 후퇴하는 양상이다. 올해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변수 속에서 3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까지 맞물려 총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총세입은 535조9000억원, 총세출은 529조5000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39조원씩 늘었다. 국세 수입은 법인세가 줄면서 7조5000억원 감소한 336조5000억원에 그쳤고,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에서 발생한 세외수입(199조4000억원)이 이를 일부 메웠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본예산 기준 국세 수입(367조3000억 원)보다 30조8000억원 부족한 액수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다음 해 이월액(4조5000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별회계 자체 세입으로 처리되는 잉여금(1조6000억원)을 제외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4000억원이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1337억원)과 채무상환(936억원) 등에 사용된다. 따라서 법적 할당분을 제외하고 추가경정예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은 2185억원이다.

이와 관려해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세외수입 등 여러 가용 재원을 검토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제시한 추경 규모는 10조원이지만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서 재원 조달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