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절감 전략 통했다"...한수원·발전5사, 줄줄이 '호실적'

한수원, 당기순이익 5727억원으로 8년 만에 '최대 실적' 발전 5사, 매출 감소에도 연료단가 하락 힘입어 영업익 ↑

2025-04-01     손예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공기업들이 일제히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발전 5사 역시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수원, 영업이익 1조6017억원 달성..."8년 만의 최대 실적"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매출 13조6021억원, 영업이익 1조6017억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24%, 10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5727억원으로 369% 늘었다.

한수원은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원전 이용률 향상 ▲전력판매단가 상승 ▲신규 원전 가동에 따른 전력 판매량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한수원의 원전 이용률은 83.8%로, 최근 9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전 이용률은 발전소가 이론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발전량 대비 실제 생산한 전력량의 비율을 뜻한다. 한수원 측은 "효율적 원전 운영으로 이 같은 이용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설비 규모 자체도 확대됐다. 2023년 4월에는 신한울 2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가면서 한수원이 운영 중인 원전은 총 26기로 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생산 가능 용량이 증가했고, 그에 따른 전력 판매량도 함께 늘어났다.

판매 단가의 상승도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2024년 전력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70.58원으로, 2023년(59.80원) 대비 약 18% 올랐다. 전력거래량은 같은 기간 17만6801GWh에서 18만5811GWh로 약 5.1%(9010GWh)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력판매수익은 10조5719억원에서 13조1143억원으로 약 2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수원은 2016년 영업이익 3조8472억원, 순이익 2조47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은 하락세로 전환됐고, 그 여파로 2022년에는 620억원 규모의 순손실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현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원전 정책 기조가 변화함에 따라 한수원의 실적도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2023년에는 매출 10조9782억원, 영업이익 7927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발전 5사, 매출 하락에도 영업 실적 개선..."연료비 하락 효과"

지난해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는 매출이 평균 10% 가까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판매 수익은 줄었지만, 주요 원재료인 유연탄과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5개 발전자회사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32조4366억원으로, 전년(36조28억원) 대비 9.97%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남동발전으로, 15.61% 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매출 하락 현상은 봄·가을철 경부하 기간 계통안정화를 위해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발전 5사의 전력 판매량은 2023년 19만5163GWh에서 2024년 18만6441GWh로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8979억원과 1조84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216% 증가했다. 이 중 영업이익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동서발전으로, 1527억원에서 6211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매출 규모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영업 실적이 개선된 이유는 발전 원료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 주요 연료 중 하나인 유연탄은 지난해 국제현물시장에서 톤(t)당 18만원으로, 전년(22만원) 대비 약 18% 가격이 하락했다. LNG 가격도 전년(138만원) 대비 약 19% 저렴해진 111만원을 기록했다.

계통한계가격(SMP)이 소폭 오른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MP는 발전자회사들이 한전에 판매하는 전력 도매 가격으로, 지난해 2분기 평균 kWh당 126원에서 3분기 139원으로 약 10% 상승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발전공기업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료 조달 전략과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이 같은 실적 반전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한다. 시황 예측, 공급선 다변화, 연료 구매 타이밍 조절 등 전략적 접근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력판매 단가가 높아진 반면 연료 단가는 낮아지면서 마진 구조가 좋아졌고, 여기에 각 발전사들이 연료비 절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며 "올해도 체코 원전 수주 등의 기대 요소가 있어 실적 개선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