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尹 탄핵정국 속 표류하던 '재초환 폐지', 결국 국민청원까지

'재초환 폐지' 청원, 공개 5일 만에 6천명 동의 尹 정부서 폐지 논의했으나 정국 혼란으로 사실상 중단 '부동산 공급 절벽' 예고되자 폐지 요구도 다시 거세져

2025-03-28     손예지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사업의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꼽혀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당분간 진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은 공개 이후 5일 만에 6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100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원 요건 심사 대상이 되고, 공개된 뒤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사회적 형평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재초환은 시행 이후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과도한 분담금으로 실거주 조합원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실수요자들은 분담금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이중 과세 가능성까지 있다며, 제도가 오히려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원 작성자 역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수도권 등 지역의 집값 상승분을 조합원들이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분담금으로 실거주 주민이 새로운 거주 환경을 접해보지 못하고 매도하거나, 대출 빚을 떠안게 된다"며 반발했다.

이어 그는 "해당 법안은 탁상행정과 대한민국 재건축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지는 악법으로 폐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재초환 폐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꾸준히 추진돼 온 사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김은혜 의원을 포함한 10인의 공동 발의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국토교통부도 같은 해 8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재초환 폐지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앞서 국민의힘이 발의한 '재초환 폐지법'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계류 중이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재초환 관련 개선안은 주요 과제에서 제외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폐지 추진 의지가 사실상 꺾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미 발표한 부동산 규제 정상화 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련 논의가 단기간 내 진전을 보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입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공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지난 14일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내년 전국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약 19만773가구로, 올해 입주 예정인 27만4360가구보다 30.4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입주 물량 역시 지난해(약 36만가구)보다 약 24% 줄어들었다.

향후 주택 공급 물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인허가와 준공 물량도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6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허가 물량은 올해 35만 가구에서 내년 33만 가구로 5.7% 줄어든다. 준공 물량은 올해 44만 가구에서 내년 33만 가구로 25.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재초환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존재와 폐지의 담론' 논문에서 "제초환 제도 시행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이 불리해졌고, 이로써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에도 한계가 발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재초환 제도가 개발이익 환수 수단으로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만큼, 법률 자체를 제고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