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합금융의 꿈’ 향한 임종룡의 진정성이 필요할 때

2025-03-24     이슬기 기자
금융증권부 이슬기 기자

비은행 강화를 위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보험사 인수가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자격 미달의 우리금융에 ‘특혜’를 베풀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미흡으로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한 우리금융에 조건부 승인 형태로 동양·ABL생명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지난 19일 “우리금융그룹과 보험산업 발전도 고려하겠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동적인 상황에 대비해 조건부 승인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금융회사를 자회사에 편입할 수 있다. 그러나 3등급이라도 ‘일정 요건 충족 시’ 금융위가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것이 바로 조건부 승인이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는 근래에 찾아보기 어려운 1조5000억원 규모의 빅딜이다. 특히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금융이 이미 지불한 1549억원의 계약금이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으로 흘러가게 된다. 섣부른 제재가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금융당국에 집중될 것을 우려해 출구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금융 측에서는 이번 보험사 인수가 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비은행 사업 비중이 가장 낮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860억원 중 88%에 해당하는 3조394억원이 우리은행에서 발생했다.

비금융을 강화해야만 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임종룡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를 강조해 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조건부 승인을 위해서는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어느 정도의 진실성을 갖췄느냐에 달렸는데, 현재 우리금융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 횡령에 이어 지난해에도 내부 직원에 의한 180억원 규모의 횡령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현 경영진 연루 의혹을 받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역시 명쾌한 진상규명 없이 뒤끝을 남긴 상태다.

최근 ‘임기 만료’로 퇴임한 박구진 집행부행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180억원 횡령사고 당시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으로 재직했다. 내부통제 책임자로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했지만, ‘도의적 책임’이라는 명목하에 ‘자진 사임’ 형태로 책임을 대신했다. 더 나아가 그는 부행장을 유지한 채 IT그룹으로 자리만 옮긴 뒤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했다. 우리금융이 강조하는 내부통제의 책임에 대한 진실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측에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다. 국부유출을 방관한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체질 개선 없는 우리금융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전례로 기록될 것이 자명하다.

금융당국이 일회성 면죄부가 아닌,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 조건들을 제시하고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우리금융 역시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한 구조적 개선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