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핫이슈] 홈플러스 등급 하락 알았나…커지는 의혹
법정관리 신청 11시간 만에 개시 결정 석연찮아 한기평 "내부적으로 사전 등급 하락 예측"에 무게 홈플러스·MBK파트너스 "부도 막기 위한 것" 부정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를 두고 업계에선 신용등급 하락 등을 내부적으로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11시간 만에 회생법원의 개시 결정이 내려진 점이 석연찮은 대목이다. 통상 법정관리 개시 결정은 평균 47.4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현안 질의에선 ▲법정관리 준비 시점 ▲신용등급 하락(A3-) 사전 인지와 단기채권 등 발행 시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재 출연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는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준비 시작 시점은 2월 28일부터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법정관리가 4일 만에 진행됐다는 점, 신용등급 하락 인지 영업일 하루 만에 회생 신청한 점, 특히 최대주주인 MBK를 비롯해 주요 채권사인 메리츠금융그룹과 사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선제적 법정관리에 나선 점 등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양상이다.
이 모든 의혹에 대해서 김 부회장은 "그전에는 미리 준비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방대한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 작성 등 서류작업을 며칠 만에 마무리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의도 쏟아졌다.
김 부회장은 "담당 변호사가 이쪽의 전문 변호사"라며 "다른 곳에 썼던 신청서 샘플을 줬다. 거기에 맞춰 홈플러스로 바꿔 작성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걸렸고 월별 결산하기 때문에 1월 자료가 있어서 회계 자료를 다시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존 설명도 되풀이했다.
김 부회장은 "작년보다 부채 비율도 3000%에서 1460%까지 내려갔고 매출도 올라갔다. 슈퍼마켓 부문 매각이 되면 수천억원의 현금이 들어온다. 이 모든 것을 신용평가사에 정확히 설명을 드렸다"면서 "저희 입장에서는 작년도 유지가 됐는데 올해만 떨어진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 및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사전에 등급 하락을 예측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발행주관사인 신영증권 역시 홈플러스가 강등 가능성을 알고서도 채권을 발행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기범 한기평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심사 과정 중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내부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서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단기채 발행 시기와 최종 판매일에 따른 '사기여부'가 판가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이달 4일 새벽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으나, 홈플러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ABSTB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신평사 실무진으로부터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해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 신청을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측은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