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홈플러스 사태, 대주주 MBK도 조사 해야'
국민 10명 중 7명은 홈플러스 채권 사기발행, 배임과 탈세 의혹 등에 대해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까지 전방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2위 대형마트를 몰락하게 만든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MBK의 차입매수 방식(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조달한 자금으로 인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국민의 약 70%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688명(68.7%)이 홈플러스의 채권 사기발행과 탈세와 배임 의혹에 대해 회사를 넘어 대주주인 MBK까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33명(19.1%), 잘 모르겠다는 15명(12.2%)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됐다. 이후 3·1절 연휴기간을 마친 직후인 이달 4일 채권을 포함한 금융채무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일시 중단하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지자,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원리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촉발됐다. 대주주인 MBK와 홈플러스 모두 어떤 자구책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논란이었지만, 문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사흘 전까지 회사의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발행된 것이다.
홈플러스 스스로 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최초에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당일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알렸으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ABSTB가 발행된 25일에 미리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는 점을 통보받았다고 인정했다. ABSTB 발행에 대해서는 발행주체가 홈플러스가 아닌 증권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70% 가까이는 홈플러스 해명을 믿지 못하고 있다.
채권 사기발행 의혹 뿐 아니라 배임과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MBK까지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 설문대상의 691명(69.0%)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때 사용한 차입매수 방식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총 7조4000억여원을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3000억원이 차입금이었다. 이 차입금에는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금도 상당 부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차입금을 갚기 위해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해 약 4조원을 마련했고, 이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의 명의로 돈을 빌려 인수자금을 마련하거나,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방식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MBK는 지난해 9월부터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서도 차입매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투입한 1조5600억여원 가운데 75%(1조1775억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대출금이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고려아연에 상당한 상환 부담을 안길 여지가 있다.
실제 이번 설문대상의 720명(71.9%)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는 189명으로 18.9%에 불과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회의의 증인으로 김병주 MBK 회장을 채택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홍콩과 상하이 등 출장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