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책임 떠넘기고 '언론 탓'까지…MBK·홈플러스의 '남탓' 기자회견

2025-03-14     최영희 기자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왼쪽)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업회생절차 진행과 관련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 사채 신용 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한 뒤, 4일 자정 무렵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이날 회견에는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포함한 총 9명이 참석했다.

이날 언론의 관심은 MBK 파트너스에 집중됐다. MBK는 지난 2015년 7조 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고, 대주주로서 회사의 법정 관리를 결정한 건 결국 MBK 파트너스의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회견 내내 '선긋기'에만 열중했다.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취재진 질문에 김 부회장은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MBK가 지난 2015년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 간 홈플러스를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현장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홈플러스의 모든 경영 판단은 MBK가 한다. 부도가 아닌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택한 것도 MBK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곳은 홈플러스가 아닌 MBK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MBK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고, 홈플러스에 대해서만 물어보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에도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로서 MBK 파트너스의 책임과 문제 해결 의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이 잇달았지만 김 부회장은 무책임하거나 전혀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MBK파트너스가 기업 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을 회생밖에 없다. (MBK는)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김광일 부회장이 현재 20개가 넘는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이 문제로 홈플러스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홈플러스 경영진 대부분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MBK파트너스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에 대한 지적에는 "전문적인 경영진이며, 훌륭한 분들"이라며 "지난 1년 우리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성장률이 경쟁사(이마트·롯데마트)보다 높다. 오프라인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사태의 원인이 MBK에 있는 만큼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까지 소환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년의통계를 냈는데,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문 닫은 매장 수가 적다"라며 "저희가 매장을 더 유지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마트 노동자 모두 정규직 전환도 했다. 반면 다른 마트는 아직도 계약직,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조 사장은 "매일 우리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계속 보도되면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언론 탓'까지 했다.

조 사장은 "잘못한부분에 대해 질책할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되, 2만명 직원들과 협력사·임대주 등 수만명의 관계사 가족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부분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고 말했다.

또 모두가 홈플러스를 도와야 한다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조 사장은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양해와 도움이 절실하다"라며 "협력사 및 임대 점주분들께서는 지금 당장 변제 받으시길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 지급하기 어렵다.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를 우선순위로 한다. 이 부분에서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조금만 양보해달라"고 말했다.

조주연·김광일 공동대표는 오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다. MBK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김병주 회장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정무위 전체 회의 하루 전인 17일 홍콩으로 출장을 간다며 국회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