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하면 바로 끊겨요"...건강보험에서도 차별받는 '이 사람들'

전체 가입자 건보료는 줄었는데...외국인 가입자는 5년간 14% 증가 세대원 인정 범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내국인보다 ↓

2025-03-14     손예지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과중한 건보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건보 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건보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월평균 건보료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21년 11만8180원이었던 월평균 보험료는 2022년 12만4770원, 2023년 12만7510원, 2024년 13만3680원으로 인상됐으며 올해는 13만5280원까지 올랐다. 5년간 14.47%가 증가한 셈이다. 

반면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포함한 전체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건보료는 2020년 9만864원에서 2024년 8만2186원까지 줄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지역가입자와 전체 지역가입자 간 건보료 부담 격차는 2024년 기준 1.62배에 달하게 됐다.

이처럼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보료를 내게 된 원인은 건보 당국의 보험료 부과 방식 때문이다.

건보 당국은 2019년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개별 산정 보험료가 전년도 전체 건보 가입자(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바로 그 평균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게다가 건보 당국은 1999∼2018년 기간엔 직장가입자를 뺀 전체 지역가입자만으로 평균보험료를 계산했지만, 2019년부터는 직장가입자를 포함한 모든 건보 가입자로 확대해 평균보험료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평균보험료 수준 자체도 오르게 됐다. 

건보 당국은 이러한 부과 방식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서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적정 보험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세대원 인정 범위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내국인은 직계존비속, 미혼 형제자매,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까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외국인은 원칙상 개별 외국인을 하나의 세대로 간주하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동일 세대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나 성인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도 각자 1인당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계존속과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이주민은 생계는 물론 체류 자체를 위협받는 실정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보험료 체납 시 외국인과 내국인 간 처분도 다르게 적용된다.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건보료를 체납하면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가 중단되지만, 내국인의 경우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분할납부를 통해 1회 이상 체납보험료를 납부하면 계속해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강보험 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보건 전문가는 "건강보험제도 적용 차별은 의료취약계층인 이주민의 건강과 생계, 체류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건을 완화해 외국인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성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