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무리한 인수합병의 대가…결국 회생절차 돌입

2025-03-04     김형규 기자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 앞에 서 있는 한 시민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M&A)과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결국 재정적 한계를 맞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인수 후 급격한 재무 악화

홈플러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당시 인수금융을 활용해 진행된 거래는 홈플러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인수 이후 MBK파트너스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와 오프라인 유통업 위축이 겹치며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문제는 유통 본업보다 재무 구조가 우선시되는 경영 방식이었다”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단기간 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비용 절감과 부동산 자산 매각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확장 전략과 이커머스 경쟁 실패

홈플러스는 인수 이후 점포 확장과 온라인 사업 강화에 집중했지만, 경쟁사 대비 늦은 대응이 발목을 잡았다. 대형마트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장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중심의 전략을 이어갔으나, 쿠팡·SSG닷컴 등 이커머스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 개선에 실패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차별화된 플랫폼 구축에 실패하면서 온라인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반면 경쟁사인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강화 전략으로 시장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온라인 유통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결국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며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점이 경영 위기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법원, 기업 정상화 방안 주목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부채를 정리하고 유통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부채 상환 구조 조정과 사업 재편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은 회생계획을 통해 홈플러스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채권단과 협력업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업 회생절차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 회복과 협력업체와의 관계 유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국내 유통업계에 미칠 파장과 향후 재정 건전성 회복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