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묽어지는 증류식 소주
하이트진로 증류식 소주 16.9도 출시 도수 낮추면 주정 사용량 줄어 이득
증류식 소주마저 묽어지면서 소주의 독기가 빠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17도의 벽까지 허물어지며 순한 소주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7일 증류식 저도수 소주인 '일품진로 마일드'를 첫 출고했다. 화요가 만든 17도 소주 '화요 17'보다도 낮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알코올 도수 16.9도의 증류식 소주로, 일품진로의 깊이 있는 풍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장 부드러운 맛을 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제품 출시에 맞춰 브랜드 모델 이효리와 함께하는 광고도 이날 밤부터 지상파에 공개한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증류식 소주 '여울'을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375ml 용량에 알코올 도수는 25도다.
주류업계의 알코올 도수 내리기 경쟁은 예전처럼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실종된 것도 있지만, TV 광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행 방송법 및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은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인 주류의 TV 광고는 금지하고 있다. 단 17도 미만인 주류에 대해서는 밤 10시 이후 TV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또 도수를 낮추면 소비량과 매출이 동반 상승하면서 주류업체 입장에서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저도수 술은 고도수 제품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주류업계 분석에 따르면 25도 소주를 17도 소주로 대체하려면 47% 정도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
소주의 주 원료이면서 값이 비싼 주정을 덜 소모하고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주류업체 입장에선 매출 상승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도주 소주는 제조 과정에서 주정 사용량이 줄어들고 덜 취해서 소주 소비량은 증가한다"며 "저도주화로 인한 주정 수요 감소보다 소주 판매량 증가에 따른 주정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