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바닥인데 수수료 수입은 급증"...금융사 배만 불리는 퇴직연금
작년 금융사에 지급된 퇴직연금 수수료 총액 1조7천억원 달해 운용 성과와 상관없이 적립금 규모에 따라 수수료 책정되는 구조 5년간 연 환산 수익률 2.35%..."물가상승률 고려하면 마이너스"
퇴직연금 운용의 대가로 금융사에 납부하는 가입자 수수료 부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금융사에 지급한 수수료 총액은 1조6840억5500만원에 달했다.
상위 금융사별 수수료 수입규모를 살펴보면 ▲신한은행(2116억4300만원) ▲KB국민은행(2064억2300만원) ▲삼성생명(1714억6400만 원) ▲하나은행(1663억200만원) ▲우리은행(1284억1000만원) ▲IBK기업은행(1269억3900만원) ▲미래에셋증권(1089억9300만원) 순이었다.
전체 퇴직연금 수수료 규모 역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8860억4800만원이었던 수수료 규모는 2019년 9995억7800만원, 2020년 1조772억6400만원, 2021년 1조2327억원, 2022년 1조3231억6100만원, 2023년 1조4211억8600만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매년 수수료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매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행 수수료 체계는 금융사가 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적립금에 차등 요율이나 단일 요율 등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적립금이 커질수록 금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6년 1조 원 수준에서 10년 뒤인 2016년에는 147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24년에는 432조원을 기록했으며, 다가오는 2032년에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것과 달리 퇴직연금의 운용 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다.
2023년 말 기준 10년간 퇴직연금 연 환산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며, 5년 기준으로도 2.35%에 그쳤다. 이는 2023년 물가상승률(3.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물가상승률 등의 요인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연도별로 수익률을 살펴보면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00%, 2022년 0.02%, 2023 5.26%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2010년과 2023년뿐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 연금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5%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4%p(포인트) 가량 낮다.
근로복지연구원은 '퇴직연금 브리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퇴직연금시장은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구조 특성상 가입자의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수료 부담에 대한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구조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은 날로 늘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직장인 홍모(45)씨는 "수수료는 매년 오르는데 수익률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며 "퇴직연금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금융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김씨(28) 역시 "주변의 권유로 퇴직연금에 가입했었는데, 금융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생각보다 높아 부담됐었다"면서 "다른 금융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