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웨스팅하우스 분쟁, 트럼프 2기 출범 직전 '극적 타결' 속사정은?

'트럼프 2기' 굳건한 한미동맹 확인...해외 원전시장 공동 협력 등 전망 美 에너지부 장관, 민간협력에 즉각 이례적 긍정평가ㆍ기대 성명 주목 2년간 이어졌던 지재권 분쟁 종료...3월 예정된 체코 원전 수주 '파란불' 구체적인 내용 비공개...일각선 한수원의 상당한 양보 있었다는 추측도

2025-01-17     손예지 기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간 지지부진했던 2년 동안의 분쟁이 17일 막을 내린 것은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오는 20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안보는 물론 무역과 원전 ㆍ 조선 등 경제 및 산업 전방위 부문에서 한미간 교류 및 협력 확대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율 관세를 무기로 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한국 정부가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소추 등에 따른 정국 불안으로 트럼프 2기의 안보 및 경제 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간 분쟁 타결은 트럼프 2기 한미관계 관련 우려를 크게 해소해소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업계 등에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이번 민간기업 간의 협상 결과에 대해 즉각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간 조선업 협력 강화를 언급한 것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주목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이 협상 조건 등을 비밀에 부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협상의 자세한 막전막후 사정을 알 수 없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미 양국의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넘어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지원 등 경제산업 부문의 폭넓은 협력을 한국이 미국측에 약속했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선 경제산업 협력 차원을 넘어 한국이 외교 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상당한 양보 또는 선물을 건넨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내놓았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한전은 "이번 합의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협력 관계 복원을 통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팅하우스 측 역시 16일(현지시간)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적 조치를 중단하기 위해 한전 및 한수원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합의는 양측이 신규 원자로의 추진과 도입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허용하고, 양측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미래에 협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재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한국의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력은 가장 높은 비확산 기준을 준수하면서 세계 시장에 매우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이어져 온 양사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전이 일단락되면서, 오는 3월이 시한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수주 최종 계약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앞서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수원이 자사의 원전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내는 등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편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측은 이번 지재권 협상 타결 내용의 자세한 내용은 상호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사항들이 모두 비공개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조단위 로열티나 일감을 주기로 하고 향후 다른 제3국 원전 수출을 공동 추진하는 등의 '제안'이 있었거나, 혹은 특정 지역 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상호 조정'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웨스팅하우스의 전통 시장인 유럽에서는 양사가 공동으로 진출하고, 신흥 시장인 중동은 한국이 단독 진출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패트릭 프래그먼의 사임이 협상 진행의 물꼬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그는 프랑스 출신으로, 한수원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 제기를 주도하는 등 한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패트릭 프래그먼 CEO가 겉으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익을 옹호하는 듯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자국인 프랑스를 지원하려던 것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함께 체코 원전건설 사업 수주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물론 이번 협상 타결과 CEO 퇴진이 단순한 우연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간의 진행 상황을 되돌아 보면 그 연관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