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수치료도 본인부담금 90%"...정부, 실손보험 제도 '칼질'

체외충격파·영양주사 등 과잉우려 비급여 '관리급여' 전환 급여·비급여 진료 동시 진행 시 '병행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 5세대 실손, '중증 중심'으로 개편...본인부담률 최대 36%까지

2025-01-09     손예지 기자
정부가 실손보험 제도를 대폭 손질해 불필요하게 이뤄지는 비급여 진료의 오남용을 막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실손보험 제도를 대폭 손질해 불필요하게 이뤄지는 비급여 진료 막기에 나선다. 

앞으로 도수치료 등 일부 비(非)중증·비급여 치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인 부담금을 90%까지 올리고,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비중증·비급여 항목의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했어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9일 정부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관리급여' 전환으로 본인부담률 95%까지...남용 막는다

정부는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시키고, 본인부담률을 최대 9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관리급여란 건보 체계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통일된 가격으로 정해 관리하는 제도로,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비가 모두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이를 모니터링을 통해 진료랑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의료기관별 진료비 격차가 큰 항목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항목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비급여 진료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도수치료를 비롯해 체외충격파나 영양주사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급여 진료를 함께 해 실손보험 청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급여 진료까지 모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병행진료 급여 제한' 역시 추진된다. 

예컨대 실손을 청구하기 위해 건보가 적용되는 비중격교정술과 비급여 항목인 코 성형수술을 같이 할 경우, 비중격교정술까지 비급여로 같이 처리된다.  

정부는 전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환자가 없도록 의학적 필요가 있다면 급여를 인정할 수 있는 별도 기준을 만들고, 비급여 재평가를 통해 사용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하고 안정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항목은 퇴출시킬 전망이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 사용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명칭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신데렐라 주사'로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를 주성분을 기준으로 '티옥트산 주사'로 통일해 표기하도록 하는 식이다. 

아울러 비급여 항목의 가격뿐만 아니라 총진료비, 의료기관 유형별 및 지역별 가격 차이,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 급여 항목 등도 상세히 공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보는 새로 구축될 '비급여 통합 포털'(가칭)에 게재되며, 환자는 이를 활용해 특정 비급여 항목의 전국 최저가와 최고가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비급여 진료 시 환자에게 가격, 처방 사유, 대체 가능 치료법 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증 질환' 중심으로 개편된 5세대 실손...본인부담률도 ↑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중증 질환 중심으로 개편된 '5세대 실손보험'의 방향성도 공개됐다.

현행 4세대 실손은 건보 급여 진료를 주계약으로, 비급여 진료를 특약으로 보장한다. 자기부담률은 급여에서 20%, 비급여에서 30%가 적용된다. 

그러나 5세대 실손에서는 급여 진료의 경우 일반 환자와 중증 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할 예정이다.

일반 환자 급여 진료비의 경우 건보 본인부담률과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동일하게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외래진료 시 건보 본인부담률은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30~60% 정도인데, 이를 실손 자기부담률에 같은 수준(30~60%)으로 적용하게 될 경우 환자는 최종적으로 9∼36%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기존 건보 본인부담률에 실손 평균 자기부담률 20%를 적용해 최종 6∼12%를 부담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인상된 수치다. 반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중증 환자는 자기부담률 20%를 유지해 현행 보장 수준을 이어간다.

새롭게 설계되는 5세대 실손보험은 임신·출산 급여비를 새롭게 보장하며, 중증 비급여를 보장하는 특약의 경우 중증과 비중증을 구분해 출시 시기를 달리한다. 

5세대 실손 초기에는 중증 비급여만 보장하고, 추후 비급여 관리 상황을 평가한 뒤 2026년 6월 이후 비중증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만약 비중증·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특약을 추후에 출시하더라도 보장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고, 본인부담률 역시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비급여 항목 실손보험 청구 심사를 강화해, 보험금 지급 분쟁이 잦은 항목에 대해 치료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시행했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5세대 실손을 중증 중심으로 설계하면서도, 실손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1∼2세대 초기 가입자에게 일정 보상금을 주고 전환을 유도하는 재매입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