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의료대란' 여파에도 4년 연속 흑자 기록

지난해 1조7244억원 당기 수지 흑자 누적 준비금 30조원으로 '역대 최대' 

2025-01-07     손예지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영등포남부지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 재정이 건강보험료율 동결과 비상진료체계 지원 등의 상황 속에서도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누적 준비금 역시 역대 최대인 30조원가량으로 증가했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4년도 건강보험 재정이 현금 흐름 기준 1조7244억원의 당기 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 수지는 2021년(2조8000억원), 2022년(3조6000억원), 2023년(4조1000억원)에 이어 4년 연속 흑자다. 수입은 99조870억원, 지출은 97조3626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은 지난해 흑자 규모는 전년보다 작아졌지만, 전공의 이탈 이후 경영난을 겪는 수련병원에 선지급한 급여비 1조4844억원을 고려할 경우 흑자는 3조2088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누적 준비금 역시 연이은 흑자 덕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누적 준비금은 29조7221억원이다. 누적 준비금은 부족한 보험 급여비를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 악화로 현금을 지출해야 할 때 사용된다. 

지난해 총수입 가운데 보험료 수입은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2021~2023년보다 둔화했는데, 건강보험료율 동결과 직장인 명목임금 상승률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역보험료의 경우 재산보험료 기본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1% 수입이 줄었다.

하지만 여기에 전년 대비 늘어난 정부 지원금(12조2000억원)과 운용 수익률(잠정 4.79%)이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총수입 증가율(4.4%)은 보험료 수입 증가율을 넘어섰다. 정부 지원이 늘긴 했지만, 보험료 수입액 대비 비율은 약 14.5%로 법정 한도인 2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지출의 경우 건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 급여비가 전년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파업 속 전공의 이탈로 수련병원에 지급되는 급여비가 줄어들었지만, 비상진료체계 지원과 수련병원 선지급 시행으로 지출이 늘어났다. 앞서 정부는 건보 재정에서 응급진료체계 유지 등 비상진료체계 지원에 지난해 3월부터 매월 189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은 안정적인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필수 의료 지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인구구조 변화,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중장기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재정 누수 방지 등 지출 효율화 노력과 관리·운영 체계 개선으로 보험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