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돌파...59년 만의 쾌거
'잭폿' 연달았던 중동 수주가 호실적 이끈 것으로 올해, 정국 혼란·대외 불확실성 등 '불안 요소' 있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건설의 첫 해외 수주(태국 타파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이후 59년 만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달 1조달러(한화 약 1468조원)을 넘어섰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올해 11월까지 9965달러를 기록하면서 1조달러까지 35억달러가량을 남겨놓고 있었다.
대외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건설업계의 막판 스퍼트와 연말에 몰린 수주가 기록 달성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역시 신년사에서 '1조달러 달성'을 지난해 성과로 꼽으며 "국가 경제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은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400억달러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2015년(461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11월 해외 수주액은 326억9000만달러이며, 12월 수주액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해외 건설 수주액은 호황기였던 2010년 716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미중 무역분쟁과 중동 발주 감소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면서 2019년에는 223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다시 반등하며 2021년 306억달러, 2022년 310억달러, 2023년 333억달러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작년 실적을 이끈 것은 중동 지역 수주였다.
2023년 해외수주액의 34%를 차지했던 중동 비중은 50% 가량으로 늘어났다. 당시 현대건설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50억8000만달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폿' 수주가 이어진 덕분이다.
지난해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60억8000만달러 규모의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장은 "작년에는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중동 국가들이 발주를 이어간 점이 긍정적 요소가 됐다"며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투자개발형사업 수주도 늘었다"고 말했다. 투자개발형 사업이란 소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한편 정부는 단순 도급 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 수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사업 비중은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5.1% 수준에서 지난해 10%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해외수주 1조달러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으로 기념행사 진행 등도 어려운 상황이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과 대외 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변수가 많아 올해 해외건설 수주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