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주항공 참사와 애경그룹 불매운동, 과연 타당한가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애경그룹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참사의 충격과 애도 속에서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매운동이 제주항공을 넘어 애경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가?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계열사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은 기업의 경영진과 운영 체계에 집중돼야 한다. 항공기의 안전 관리와 사고 예방은 항공사 고유의 영역으로, 이를 그룹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애경그룹의 다른 계열사들, 예컨대 애경산업이나 AK플라자는 항공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생활용품, 백화점 운영 등 각 계열사의 사업 영역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제주항공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나 책임에서 벗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은 비판의 초점을 흐리게 할 뿐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문제 해결보다는 감정적 반발에 그칠 위험이 있다.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은 항공사의 문제이며, 애경그룹 전체를 겨냥한 불매는 정작 사고 예방과 책임 이행이라는 핵심 과제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와 실질적인 변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항공의 경영진과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애경산업의 치약이나 샴푸, AK플라자의 쇼핑몰까지 불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러한 요구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애경그룹은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역시 정당한 비판과 무분별한 공격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비난의 화살을 기업 전체로 돌리는 것은 책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구성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불매운동의 영향은 기업의 운영진보다는 그룹의 일반 직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룹 전체의 매출 감소는 결국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공정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제주항공 참사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기업은 안전 관리 체계를 혁신하고, 소비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효율적이고 타당하게 전달해야 한다. 불매운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이지, 감정적 배출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애경그룹 전체를 겨냥한 불매보다는 제주항공의 경영진과 항공 안전 문제를 초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동기를 제공하며,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를 재구축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애경그룹 전체를 향한 불매운동이 아닌,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명확한 요구와 책임을 묻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