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치' 프레임 씌운 고가 명절선물…과소비 부른다”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작은 사치 바람을 타고 등장한 고가의 명절 선물에 대해 허영심을 부추기는 과소비 조장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있다.
◇ 프리미엄 이미지로 허영심 부채질
신세계백화점은 자연송이 된장, 발사믹식초, 캐비어 등 작은 사치를 담은 설 선물을 대거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맥 자연송이 된장’. 이 제품은 1년 이상 발효한 맥 된장에 국내산 자연송이를 넣고 한번 더 숙성시킨 프리미엄 된장으로 가격은 11만 8000원이다.
신세계 측은 일반적인 전통장 선물에 비해 많게는 2~3배가량 가격이 높음에도 지난 추석 준비된 100세트가 거의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된장 가격은 평균 1만 원 안팎. 전통 재래된장도 2~3만 원 안팎이다. 이에 비해 많게는 10배까지 높은 격이다. 프리미엄 된장이라고는 하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또 고가의 한우와 굴비 가격에 버금가는 발사믹 식초도 있다. ‘주세페 주스티 리저브 50년산 발사믹’은 100ml 용량에 가격은 95만 원에 이른다.
발사믹 식초는 포도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식초다. 대체적으로 유럽 고급 요리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고급 식재료로 분류되지만 10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은 과하다는 평이다.
이외에 '세계 진미 세트'(30만 원)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어와 푸아그라와 함께 하몽, 프리미엄 치즈로 구성됐다.
신세계 측은 일반적인 식료품·치즈 선물세트에 비해 7~8배 가격이 높음에도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본 제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 소비자는 봉?... '작은사치' 개념 바로잡아야
최근 사치를 부려도 ‘자기 위로’란 명분으로 용인되거나 과거처럼 ‘된장녀’ 이미지를 덧씌우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비난은 잦아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제품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작은사치' 프레임을 씌워 원 개념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작은사치 즉,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는 외제차나 고가품 브랜드 의류·핸드백에 큰돈을 쓰기는 어렵지만, 대신 작은 규모의 고급 소비재나 고급 식품을 구매해 비싼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 동일한 만족감을 얻으려는 현상을 일컫는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 시절,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어려워 전체적인 소비가 줄어들었는데도 저가 상품인 립스틱 매출은 오르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칭했다. 립스틱 효과가 뷰티에 한정된 용어라면, 스몰 럭셔리는 잡화·식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립스틱 효과의 범위가 확대된 개념이다.
예를들면 식품업계에서는 1만~2만 5000원을 웃도는 프리미엄 커피가 인기를 모으거나, 4000원대 편의점 도시락을 먹지만 6~7000원대 디저트를 먹는 직장인들이 바로 작은사치의 대표적인 예다.
'작은사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며 체감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작은사치 현상이 일어나는 시기는 불황과 맞물린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행복감을 얻을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온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30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소비를 통한 찰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끼고 저축하던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작은 사치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있기 때문에 가치소비를 할 만큼 프리미엄 성능이 있는지 비교 조사하고 소비자끼리 정보 공유를 해야 한다”며 “비싼 가격에 대해 소비자 스스로 견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