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의 雜說] 해넘이와 해맞이, 나라별 12월 31일 풍습의 다채로움
한 해의 끝, 12월 31일은 전 세계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하는 이 날은 각국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다채롭게 기념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을 살펴보며, 세계의 독창성과 공통된 희망을 느껴보자.
스페인: 12알의 포도로 소망을 빌다
스페인에서는 자정이 되기 전 12알의 포도를 준비한다. 12번의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한 알씩 먹으며 새해의 소망을 빈다. 포도는 한 해의 12달을 상징하며, 달마다 행운과 번영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풍습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번뇌를 씻는 108번의 종소리
일본에서는 사찰에서 자정에 ‘조야노카네’라는 전통 의식을 진행한다. 종을 108번 울리며 인간의 108가지 번뇌를 씻어내는 의식이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전에 마음과 정신을 정화하는 시간이다.
이탈리아: 빨간 속옷과 과거 정리
이탈리아에서는 빨간 속옷을 입으며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다. 빨간색은 행운과 열정을 상징하며, 건강하고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는 의미다. 동시에 오래된 물건을 버리며 집을 정리하는 전통도 있다. 이는 물리적 정화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상징적 행위다.
덴마크: 접시 깨뜨리기와 새해 점프
덴마크에서는 친구와 이웃의 집에 오래된 접시를 던져 깨뜨리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문 앞에 깨진 접시가 많을수록 더 많은 축복을 받는다고 여겨진다. 자정이 되면 의자 위에서 점프를 하며 새해를 맞는데, 이는 과거의 나쁜 일을 뛰어넘고 더 나은 내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라질: 바다로 뛰어드는 축복의 의식
브라질에서는 해변에 모여 바다로 뛰어들며 새해를 맞는다. 바다는 풍요와 사랑의 여신 ‘이만자’의 영역으로 여겨져 흰 꽃을 바다에 띄우며 그녀의 축복을 기원한다. 또한, 파도를 7번 넘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으며, 이는 정화와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다.
필리핀: 둥근 열매와 동전으로 풍요 기원
필리핀에서는 새해를 맞아 둥근 열매를 준비하는 풍습이 있다. 둥근 모양은 동전을 닮아 재물과 풍요를 상징한다. 식탁에는 포도, 오렌지, 멜론 등 다양한 둥근 과일이 올라가며, 옷에는 동전 패턴을 넣어 부유함과 행운을 기원한다. 자정이 되면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흔들어 재물운을 불러들이는 의식도 있다.
독일: 납으로 점을 치다
독일에서는 새해 전날에 ‘블라이기센(Bleigießen)’이라는 전통적인 점술을 즐긴다. 녹인 납을 차가운 물에 떨어뜨린 후, 굳어진 형태를 보고 새해의 운세를 점친다. 납의 모양에 따라 사랑, 건강, 재물 등 다양한 미래를 예측하며, 가족과 함께 웃음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다.
미국: 볼 드롭과 화려한 불꽃놀이
미국에서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되는 ‘볼 드롭(Ball Drop)’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탈 볼이 1분 동안 천천히 내려오며 자정을 알리는 이 이벤트는 전 세계에서 생중계될 정도로 유명하다. 자정이 되면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사람들이 서로를 포옹하며 새해를 축하한다.
인도: 색색의 등불로 희망을 비추다
인도에서는 지역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등불과 빛을 활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힌두교 전통에서는 등불을 켜고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며, 불꽃놀이와 함께 가족 간의 축하가 이어진다. 이는 악을 몰아내고 선을 맞이하겠다는 상징적인 행위다.
러시아: 자정에 새해 소원을 적어 마시는 샴페인
러시아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며 특별한 의식을 진행한다. 자정 직전, 소원을 종이에 적은 뒤 태워 재를 만든 후, 이를 샴페인에 섞어 마신다. 이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기원법으로,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랑받는 풍습이다.
한국: 보신각 타종과 가족 떡국
한국에서는 서울 보신각의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대표적이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상징이다. 또한, 새해 첫날에는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떡국은 장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한 그릇을 먹으며 새로운 나이를 맞이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새해 풍습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따라 독창적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열망을 담고 있다. 바로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 과거를 정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다.
다가오는 새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망을 빌며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작은 다짐과 행동이 모여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