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무죄' 허영인 회장…SPC, 해외 사업 속도내나
파리바게뜨, 美·中 이어 英서도 가맹사업 법적 불확실성 해소, 글로벌 진출에 '긍정적'
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헐값에 양도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허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SPC그룹이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 대해 전날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열사인 밀다원의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에 매각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에서 이를 증여세 회피 목적이 아닌 계열사 간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라고 보고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간 SPC그룹은 노조 및 투자자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이 어려웠다.
이 사건의 무죄 판결을 이끈 성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밀다원 주식양도는 적법한 것이었고 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해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최종 확인됐다"며 "그동안의 오해가 모두 바로잡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안도했다.
아직 허 회장은 노조 와해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해당 재판에 시간과 비용 등이 집중되며 회사 경영 시계가 멈췄던 만큼 SPC그룹이 앞으로 사업 확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기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최근 영국에서도 가맹사업을 시작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K푸드 인기에 힘입어 호빵, 호떡, 약과 등의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H마트와 협업해 공동 브랜드를 론칭하며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SPC그룹 주력 계열사인 SPC삼립은 올해 이루지 못한 4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좋지 않은 업황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는 한편 합병과 투자에도 적극 나서면서다.
SPC삼립은 2022년부터 역대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2024년 연매출 4조원, 영업이익 1100억원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SPC삼립의 예상 실적으로 매출 3조4789억원, 영업이익 984억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SPC삼립은 청주공장 내 생산라인 확장을 위해 1000억원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청주공장은 베이커리 외에도 샐러드, 음료, 소스 등 생산하는 멀티형 공장이다.
유통 자회사 GFS와 몬즈컴퍼니 합병으로 포트폴리오 및 유통 채널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SPC가 올 4분기부터 HMR 제품라인 강화, B2B 시장 확대 등 광폭 행보를 기반으로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 침체로 식품업계의 해외사업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SPC그룹도 해외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