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감액 예산안' 국회 통과에 휘청거리는 '대왕고래'
정부안에서 98% 삭감된 8억3700만원 배정돼 1천억 드는 1차 시추 비용, 석유공사 '독박' 위기 시추선, 현재 부산 입항...17일쯤 본격 작업 시작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의 내년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시추선 입항 등 본격 작업에 나선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진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의 202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은 올해보다 0.4% 감소한 총 11조 4336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 11조5010억원 가운데 4개 사업에서 675억원이 감액된 결과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당초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증액 없이 총 4조1000억원의 감액만을 반영한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의 단독 수정으로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9일 열렸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의미하는 '유전개발사업출자'는 총 49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기존 정부안 505억 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98.3%)이 줄은 8억3700만원만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당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가지고 직접 개발 의지를 드러낼 만큼 이번 정부의 주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앞으로의 프로젝트 진행도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정부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국가예산 506억원과 한국석유공사 500억원을 투입해 1차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 출자금이 없어지면서 한국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당장 이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3일 "재정 지원이 없어지거나 어려워질 경우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며 "사채 발행도 대안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석유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9조6000억원에 달하며, 자본금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전날 부산항 남외항에 입항했다. 보급 기지인 부산신외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하고, 오는 17일부터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