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법정시한 D-day..."사과가 먼저" vs "수정안 내면 협의" 팽팽 

민주당, 2일 본회의서 '단독 감액 예산안' 처리 예정...감사원장·검액 탄핵안 보고도 野 "나라살림 정상화 위한 조치...정부여당 전향적 태도 있다면 추가협상 여지 고려" 與 "헌정사상 유래없는 '막가파' 행태...추가협상 여지에는 "사과·철회 선행이 먼저" 정부 "국민께 피해 생기면 전적으로 야당 책임...감액안 철회 없이는 증액협상도 없다"

2024-12-02     손예지 기자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77조원 규모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도래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처리할 예정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가지고 "부득이하게 법정시한인 내일(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며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 쌈짓돈'이라고 비판해 온 ▲ 정부 예비비 (2조4000억원) 를 절반 삭감하고, ▲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 검찰 특활비 (506억9100만원) 등 권력기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밖에도 동해 심해 가스전, 전공의 복귀 지원 예산, 용산공원 조성 사업 등 정부·여당 주도 사업의 예산들도 '칼질'을 당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필요하면 시간 내 국회의장 중재 하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추가로 논의할 부분은 논의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다면 추가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예산안 논의 관련 여야 원내대표 만찬 회동 제안에도 불참을 통보했다. 

정부 측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가지고 "국가 예산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야당의 무책임한 단독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 역시 전날 브리핑에서 야당의 감액안 단독 처리 철회를 요구하면서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증액 협상 여지에 대해서는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항목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정부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어도 가능하다.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본회의에서 예산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국회 통과 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보고한다. 

구체적인 탄핵 추진 사유는 감사원의 대통령실·관저 이전 과정 부실 감사 의혹,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등이다. 탄핵소추안은 이날 보고 후 오는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최 사무총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엄정히 감사하고 있다"며 "감사 결과의 정치적 유불리를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무조건 정치 감사라고 비난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