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 청정기·건조기… 무턱대고 구입하면 안되는 이유?

2019-05-20     임지혜

[핀포인트뉴스=임지혜 기자]

의류건조기·공기청정기·스타일러가 새로운 필수 가전제품 반열에 올라섰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가전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백색가전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블루오션이 활짝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가전 新 3총사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피해 의류를 말릴 수 있는 의류건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제품의 구동방식에서 비롯되는 오작동과 설치기사의 미숙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 의류건조기 성능저하 불만 터져

수원시의 최 모(여)씨는 지난달 설치한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가 옷감을 제대로 말리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뉴얼의 건조 설정을 따랐지만 작동 종료 후 의류에는 여전히 꿉꿉함이 남아있었다. 시간을 늘리면 건조될까 싶어 사용시간을 길게 했더니 옷감이 손상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최 씨는 “어느 날은 건조기를 2시간 30분이나 작동해도 건조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건조기 성능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추운 날씨에 히트펌프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LG와 삼성, SK매직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전기식 건조기는 히터식과 히트펌프 방식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히트펌프 방식의 신제품이 가장 많이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성능 문제를 지적하는 제품은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다.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는 과거 90도 이상의 뜨거운 바람으로 세탁물을 건조하는 전기식에 비해 전기료가 3분의 1에서 4분의 1수준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제습방식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세탁물의 손상도 전기식에 비해 덜하다.

하지만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는 작동 원리가 에어컨, 제습기와 마찬가지로 냉매를 이용해 40도의 열풍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주변 온도가 낮으면 건조 성능이 정상 범주에서 다소 떨어지게 된다. 냉매를 뜨겁게 만들어 열풍을 내는 구조인데 주변 온도가 낮으면 그만큼 바람 온도도 덜 오르게 되는 것이다.

◆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 다 못 잡아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공기청정기만으로는 미세먼지 다 못 잡는다고 밝혔다. 대신 자주 환기시키고 물걸레질해야 한다는 것.

임 부소장은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환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내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사람들의 움직임, 동물, 의류, 청소 등이 있다"라며 "또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있는 실내 공기가 실외 공기보다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주 환기를 시키고, 환기 후에는 주변을 물걸레로 청소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건조기가 세탁기 매출 넘어

공기청정기나 의류 건조기가 미세먼지 제거에 만능은 아니지만,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이들 가전제품이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평가다.

이마트가 최근 3년간 가전제품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미세먼지 관련 가전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가전 순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22일 밝혔다.

대표적으로 공기청정기의 경우 올해 1월 들어(~20일) 전체 가전제품 가운데 매출 8위를 기록했다. 1월 기준으로 공기청정기 매출 순위가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만 해도 30위 권 밖이던 공기청정기 매출이 2017년 22위에서 2018년 13위를 거쳐 올해 1월에는 공기청정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8위까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미세먼지 공습’으로, 올해 1월(~20일) 이마트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0%가량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구매 객수 또한 2배 이상 늘면서 이미 지난해 1월 한 달 매출의 95%를 달성한 것이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의류관련 가전 매출도 덩달아 증가세다.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 관리해주는 의류관리기 매출은 1월(~20일) 기준 작년 동기 대비 107.6% 늘며 지난해 1월 20위에서 올해는 10위로 10계단 상승했다. 건조기 매출 역시 1월 들어서만 35.7% 증가했고, 매출 순위도 7위에서 6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심해진 미세먼지로 예전처럼 실외에서 빨래를 말리기 어려워진 것이 인기 있는 이유다. 이에 2018년 처음으로 건조기 매출이 세탁기 매출을 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틈새가전’, ‘가치소비’라고 여겨지던 홈케어가전 제품들이 지난해부터 가전시장에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외에 스타일러 역시 미세먼지 영향으로 인기가 높다. 스타일러는 미세한 고온의 증기를 뿜어 옷에 밴 냄새를 제거하고 구김을 펴주며 세균과 미세먼지도 없애준다. 일반 가정뿐 아니라 호텔, 리조트 등 고급 숙박시설도 앞다퉈 스타일러를 설치하고 있다. 이들 제품이 전체 가전제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기존 백색가전 시장과 달리 매년 수십 %씩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임영욱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부터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을 필수가전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구입 시 집안의 환경과 사용하는 가족들의 성향을 살핀 뒤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린 소비자 연합회 측은 "가전제품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은 없는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면서 "개개인의 환경활동은 당장 가시적으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lhjihj9031@naver.com